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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영결 -박남수

영결(永訣)
-박남수
조용히 누워, 너는
애통하는 이승의 사람들을
모르고 있었다.
곱게 신부처럼 화장을 하고
너가 가장 즐겨 입던
분홍색 한복을 입고, 너는
관 속에 누워 있었다.
사람들이 와서
찬송가를 부를 때도, 너는
노래 부르지 않았다.
듣고 있었지도 않았다.
이승의 것은
모두 버리고 갔다.
버리는 일이,
가장 깨끗한 일인 것처럼.
손도 흔들지 않고
마지막 인사도 없이 갔다.
모두 울고 있어도, 태연한
너를 처음 보았다.
그 울기 잘 하던
생전의 너의 모습은 없었다.

‘영결’ 을 다시 읽다가 갑자기 엄습한 겨울처럼 으스스한 느낌이다. 이즈음은 각각 책을 보느라 따로 잠들기도 하고, 그래서 손잡고 자는 일이 드물기 때문이다. 시인의 시집 ‘그리고 그 이후’ 속 영결을 읽다가, 관 속 누워 있는 그의 아내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아내에게 물어두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느 옷 입어야 할까. 너는 어느 옷을 입혀주랴. 갑자기 하늘 나지막이 내려와 푸르지 않고 흐리다. 모든 것이 무위(無爲)요, 무용(無用)같다. 허무란 것이 이런 건가 보다. 삶이란 결국 에로스와 타나토스의 슬픈 교차로다. 이 자리에서 누가 감히 에로스만의 신호등을 켤 수 있으랴. 다시 수없이 긴장하고 놀라 깨어야할 곳, 죽음의 자리. 이 살아있음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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