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캔들 시작은 2015년 12월 모스크바 행사장
플린, 푸틴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귀국 후 러시아 대사와 왕래 급증
미 대선에 러시아 개입 의혹 커지자
FBI 수사 착수…"푸틴이 지시" 결론
트럼프 측 내통 수사하던 코미 경질
7~8일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폭로'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 압박이다. 스캔들의 도화선은 2015년 12월로 올라간다. 공화.민주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때다. 의혹의 주인공은 마이클 플린이다. 트럼프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예비역 중장인 그는 당시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관영 방송사 RT의 창립 10주년 행사에 초청받았다. 플린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당시 두 사람의 대화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플린 귀국 후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의 왕래가 크게 늘어났다.
그러다가 대선 경선 마무리 국면이던 지난해 6월 '구시퍼 2.0'이란 해커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내부 자료를 해킹해 공개한 사건이 발생한다. 구시퍼 2.0이 러 정부와 연계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설이 터져 나왔다. 해킹으로 공개된 내용은 민주당 DNC 수뇌부가 힐러리 승리를 위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를 깎아내리는 내용이 오간 e메일 등이었다.
언론들이 "러시아가 트럼프 지원을 위해 DNC를 해킹한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고, FBI는 내사에 착수했다.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주시하던 FBI의 수사망에 플린이 탐지됐다. 코미 국장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가능성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 캠프는 움츠리지 않고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당시 상원의원), 트럼프의 정치멘토 로저 스톤까지 러시아 측과 접촉을 이어갔다.
FBI와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국가안보국(NSA) 등 4개 정보 기관 수장은 트럼프의 취임 2주 전인 지난 1월 6일 "푸틴이 트럼프 당선을 위해 미 대선 개입을 지시했다"는 수사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트럼프 측과의 내통에 의한 것인지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는 코미를 전격 경질했다.
코미는 트럼프에게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을 요구받은 다음 날 세션스 법무장관을 만나 FBI의 독립을 위해 다시는 트럼프와 독대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세션스 역시 러시아 스캔들의 이해 당사자다. 세션스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를 포기했고, 이 때문에 트럼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FBI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플린과 함께 키슬랴크는 물론 세르게이 고르코프 러시아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은행장과 만났고, 러시아와 비밀 대화 채널을 구축하려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VEB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기업이다. NYT는 VEB가 러시아 정부 기관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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