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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 플레이스] '내니게이트'와 '위장전입'

이러다가 혹시 '베어드의 저주'가…. 트럼프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된 인물은 앤디 퍼즈더. 패스트푸드 체인 칼스 주니어의 최고경영자다. 상원 인준청문회를 앞두고 그가 짤막한 자아비판성 성명서를 냈다.

"과거 불법체류 내니(가정부)를 고용한 적이 있다. "법을 집행할 장관이 법을 어기다니…" 여론의 뭇매를 맞고는 스스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베어드의 저주'는 뭘까. 장본인은 조이 베어드. 빌 클린턴의 제1기 조각 때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여성이다. 베어드는 정권인수위원회에 자신의 '범법' 사실을 털어놨다. 페루 출신의 여성을 가정부로 썼는데 합법신분이 아니어서 세금을 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베어드는 미국 굴지의 보험회사 법률고문, 남편은 예일법대 교수다. 클린턴 측이 베어드의 불법을 '교통위반티켓'에 비유하는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화를 키웠다. 돈이 없어 불체자를 베이비시터로 썼다면 봐줄 만한데 이 부부는 소득 최상위 1%에 속하지 않은가. 민주당 내에서조차 베어드 지명은 '프리웨이 대형참사'라며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그가 청문회를 통과했더라면 건국이후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으로 역사에 길이 남았을텐데.

해프닝은 베어드에서 끝나지 않았다. 클린턴은 자신의 선거공약을 지키려 또다시 여성을 장관으로 기용했다. 마가 끼었는지 두 번째도 불체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 이 바람에 클린턴의 첫 '허니문'은 100일도 안돼 파경위험에 이르렀다. 두 여성이 거푸 낙마하자 언론이 이를 '내니게이트(nannygate)'라고 비아냥댔다. 사전에도 버젓이 올라있어 정치권의 파장이 어땠는지 가늠할만 할 터. 한국도 요즘 총리와 장관 내정자가 위장전입을 한 사실이 들통나 파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실 '내니게이트'와 '위장전입'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자녀 문제로 인해 불거진 '엄마들의 가슴앓이'여서 그렇다는 얘기다.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닮은꼴이다. 불체자를 쓰는 이유도 듣고 보면 사정이 딱하다. 합법신분의 소유자를 고용하면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것. 조금이라도 심사가 뒤틀리면 그만둬버려 새 가정부 구하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반면 불체자는 신분상의 제약 탓에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게 마련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백만장자라도 불체자를 집에 들이게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위장전입도 마찬가지. 명문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는데 이를 마다할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구태여 다른점을 꼽으라면 '내니게이트'는 자녀양육, 위장전입은 자녀교육이 빌미가 됐다고 해야할지. 어느 쪽이 더 나쁜지는 글쎄다. 또 있다. 미국서 '내니게이트'에 연루되고서도 살아남은 자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 형편은 이해가 되지만 일단 법을 위반했으니 공직자가 될 자격이 그 순간 상실된다.

새 정부는 도덕성과 투명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출범한 만큼 원칙에서 벗어난 인사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당사자들이 스스로 물러나면 좋으련만. 이 대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참, 클린턴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어떻게 됐을까. 문제의 소지가 적은 인물을 고른 결과 독신 여성이 눈에 띄었다. 재닛 르노. 클린턴 부부와는 아무 인연이 없었으나 '내니게이트'와 거리가 멀다는 이유 하나로 발탁된 것이다. 세 번째 지명된 르노는 한마디로 대박. 역대 최장수(8년), 최고의 법무부 장관으로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코드인사를 배제하고 나니 월척을 낚았다고 할까.


박용필 /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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