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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화가 ‘더스틴 채’ 알고 보니 채동욱 전 총장

'아트엑스포 뉴욕'에 그림 5점 출품
"상처도 치유도 다 사람이 하는 것"

재임 중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 박근혜 정부의 미움을 샀던 채동욱(58·사진) 전 검찰총장(법무법인 서평 대표변호사)이 최근 뉴욕에서 정식으로 화가로 등단했다. 2013년 9월 혼외자 파문으로 사퇴한 지 3년8개월 만이다.

지난 4월 21~24일 뉴욕에서 열린 ‘아트엑스포 뉴욕(ARTEXPO NEW YORK)’에 자작 그림 5점을 출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생명의 나무’라는 제목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나무와 사람을 그린 연작 4점과 불을 형상화한 ‘열정(PASSION)’이라는 그림이다.

채 전 총장은 지난달 31일 “전시회가 끝나고 며칠 뒤 도와준 화가가 문자를 보내왔는데 내 그림 두 점 밑에 빨간 딱지가 보였다. 팔렸다는 거지. 자식 시집갈 때 기분이 이럴까 싶더라고…”라고 말했다. 이어 “지인 화가의 권유로 국제 미술전람회에 처음 출품하면서 누가 알아볼까봐 가명을 썼는데 작품이 팔리기까지 하다니 신통하다.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중요하게 보지 않고 느낌이 좋으면 산다는데 어쩌면 그게 더 정확한 감상법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화배우 더스틴 호프먼을 좋아하는 그는 ‘더스틴 채(Dustin Chae)’라는 가명으로 출품했다.

채 전 총장이 그림에 입문한 건 최악의 상황에 부닥쳐 세상과 절연했을 때다. 그는 “당시 전주 모악산 근처에 거주하며 매일 108배와 좌선을 한 뒤 유휴열 화백의 가르침을 받으며 거의 매일 17시간씩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림이 그에게서 고통의 시간과 삶의 무게를 덜어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린 것만 유화 130여 점이다. 생명의 나무 연작 그림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람을 그려 넣으라고 조언한 이도 유 화백이었다. “상처를 주는 것도 사람이고 치유해주는 것도 사람이지 뭐. 세상 이치가 다 그래~”. 그에게서 달관의 경지가 얼핏 비쳤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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