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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트럼프도 박 전 대통령처럼 탄핵될까

스테판 해거드/UC샌디에이고 석좌교수

사실 미국인들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세상들 중에서 최악의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트럼프가 탄핵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 어쩌면 그는 결코 탄핵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그가 러시아 사람들과 뭔가를 노골적으로 공모했다는 공적인 증거가 빈약하다. 공화당 지지층이 견고한 데다 공화당은 미 상·하원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정치적 위기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잘못을 스스로 수정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복잡한 미국 입법 과정의 디테일에 집중하거나 일관성 있는 논리를 유지할 능력이 없다. 그래서 스캔들은 계속될 것이다.

가장 최근의 트럼프발(發) 위기는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해고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해고하면 공화·민주 양당이 좋아할 것이라고 계산했다. 트럼프가 보기에 공화당 입장에서 코미는 트럼프의 '러시아 커넥션'을 파헤쳐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서 코미는 힐러리 클린턴의 e메일을 FBI가 조사한다는 발언으로 그의 당선 가능성을 무산시켰다. 민주당 사람들을 포함해 그를 해고해도 애석해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트럼프의 계산은 철저한 오판이었다. 누가 보기에도 트럼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사법 절차를 방해했다. 트럼프는 FBI의 조사에 대해 털어낼 필요가 있는 것은 털어내고 앞으로 나아갈 기회로 삼는 대신 고집 피우며 '마녀 사냥' 운운했다.

특별검사의 조사는 수개월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그는 무엇을 밝혀낼 것인가.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나 트럼프 자신이 힐러리 클린턴을 낙마시키기 위해 공모했다는 증거 말이다. 공모하에 민주당 서버에 침입하거나 가짜 뉴스를 유포했을 수도 있다. 특별검사는 트럼프가 진실 파악을 방해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검사의 조사 결과는 애매할 가능성이 더 높다. 잘못은 트럼프나 그의 참모진이 아니라 러시아가 범한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친(親)러시아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트럼프-러시아 공모'가 아니라 트럼프의 '판단력 빈곤'을 입증한다. 그를 탄핵하려면 '반역, 뇌물 수수 또는 기타 중범죄와 비행'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판단력 빈곤'은 탄핵 사유로 미흡하다. 트럼프가 사법 절차를 방해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가 부패한 의도를 기반으로 행동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락과 현재 미국 상황의 차이는 정치적인 차이다. 트럼프에 대한 지지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공화당 지지기반은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다. 최순실 사건으로 분열된 새누리당과는 달리 공화당을 공개 이탈하는 세력도 없다.

최악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연명하기 위해 계속 분노를 부추기고, 언론이 신뢰성이 없다고 공격하고, 법치의 근간을 흔들고 미국을 더욱 양극화시키는 것이다. 입법 분야에서도 트럼프의 고집불통 행보는 계속된다. 그는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입법 활동이 아니라 대선 캠페인 당시의 공약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의미 있는 대안 없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 하고, 재정적자를 악화시킬 게 뻔한 세제 개편을 시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의 즉흥적인 발언과 자제력 부재는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커넥션에 대한 조사만 그의 대통령직 수행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정실주의, 이해충돌, 윤리 문제가 표면 밑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아마도 정치권력을 재편할 2018년 중간선거 결과가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제한을 가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치 제도가 봉착한 위기를 견뎌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2018년이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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