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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의 나라 울린 '코리안 메시' 환상골

한국, 아르헨 2-1로 꺾고 16강
이승우, 50m 몰고간뒤 칩슛

리드 지킨 송범근 선방도 빛나
'죽음의 조' 가장 먼저 통과


마법의 시간은 전반 18분. 출발점은 하프라인이었다. 동료에게서 볼을 넘겨받은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에이스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질주를 시작했다. 앞을 막아선 아르헨티나 수비수 한 명을 가볍게 제친 뒤 가속도를 붙였다. 순식간에 50m를 내달린 그는 골키퍼와 맞서자 감각적인 칩슛을 시도했다.

<관계기사 2·4·6면>

골키퍼의 키를 살짝 넘긴 볼이 텅 빈 골대 안으로 천천히 굴러 들어갔다. 이승우는 펄쩍 뛰어올라 기뻐하면서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이 한 방이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었다.

한국은 전반 42분 페널티킥 추가골로 스코어를 2-0으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후반 5분에 아르헨티나에 만회골을 내줬지만 한 골 차의 리드를 끝까지 지켜냈다. 한국이 U-20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6강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23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의 U-20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전반 18분 이승우의 선제골과 전반 42분 백승호(20·바르셀로나B)의 페널티킥 추가골을 묶어 2-1로 이겼다.

지난 20일 기니와의 개막전에서 3-0 완승을 거둔 한국은 2연승으로 승점 6점을 획득해 잉글랜드(4점)·기니(1점)·아르헨티나(0점)를 제치고 A조 단독선두에 올랐다. 24개국이 6개조로 나눠 경쟁하는 이번 대회에는 각 조 1·2위 12팀과 3위팀 중 성적순 상위 4팀이 16강에 오른다. 아르헨티나전 승리로 조 2위를 확보한 한국은 오는 26일 수원서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3차전 결과와 상관 없이 16강 결선 토너먼트행을 확정지었다. 지난 1977년 세계청소년선수권(U-20 월드컵의 전신) 본선 무대를 처음 밟은 한국이 단 두 경기만에 16강행 티켓을 거머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략의 승리였다. 신태용(47) U-20대표팀 감독은 기니전에 활용한 포백 대신 중앙수비수 세 명을 함께 세우는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센터백 듀오 이상민(19·숭실대)과 정태욱(20·아주대) 사이에 멀티 수비수 김승우(19·연세대)를 세웠다. 아울러 수비 상황이면 좌·우 측면 미드필더 윤종규(19·서울)와 이유현(20·전남)을 위험지역에 합류해 5명이 함께 방어하도록 했다. 공격수들이 수비 부담을 덜고 득점 사냥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포메이션이었다. 이승우가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를 뚫고 환상적인 드리블 돌파로 골을 넣은 건 수비 가담 횟수를 줄여 체력을 아낀 덕분이기도 했다.

이승우는 신태용호 멤버들 중 가장 바쁘다. 주 임무인 득점 사냥 이외에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들을 격려하며 기를 살려주고, 상대 선수들과의 신경전에도 앞장선다. 판정이 불리하다고 느낄 때 가장 먼저 심판에게 달려가 어필하는 인물도 그다. 화려한 제스처와 기발한 골 세리머니로 관중들과 교감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우는 내년 여름 바르셀로나와의 계약이 끝난다. '코리안 메시'를 입도선매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축구 인생의 2막을 열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승우는 지금 U-20 월드컵만 생각하며 집중하고 있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백승호도 추가골을 터트린 뒤 재치 있는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페널티킥 득점 직후 손가락으로 긴 사각형을 만들어보이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한 골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가던 후반 중반 이후엔 수문장 송범근(20·고려대)의 선방이 빛났다. 잉글랜드와의 1차전(0-3패)에 이어 2연패에서 벗어나려는 아르헨티나의 파상 공세 속에서도 송범근은 정확한 위치 선정과 침착한 볼처리로 여러차례 실점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전주=송지훈·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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