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뉴욕을 홀리다
카네기홀 데뷔 50주년
바흐 소나타·파르티타
사상 최초로 전곡 완주
손가락 부상 절망 딛고
"나는 오늘 꿈을 이뤘다"
바이올린 연주의 기인을 보는 듯했다.
카네기홀 역사상 최초로 바흐의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3곡씩 총 6곡)을 한 공연에서 완주한 69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에게 관객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음악인들의 바이블이라 불리우는 바흐의 대곡을 한 번에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것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평생 숙원으로 여겨지는 일이다.
19일 저녁 카네기홀 대극장인 아이작스턴 오디토리엄을 꽉 채운 2000여 명의 관객들은 3시간 반이 넘는 연주 시간 동안 숨을 죽였다. 무대 위에는 검은색 가죽 의자 하나와 정경화, 바이올린만이 존재했다. 두 번의 인터미션과 곡 사이 1~2분 정도씩 쉰 것을 제외하고 정씨는 오로지 바흐에만 집중했다.
이날 무대 위에는 50년 전 레벤트리 콩쿠르 참가로 카네기홀에 처음 선 19세 소녀 정경화가 있었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시절의 맹렬함,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재기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시기의 절망, 그리고 다시 얻은 삶의 환희가 모두 담겨 있었다.
바흐의 소나타 1번 G단조로 관객에게 말을 걸 듯 시작한 연주는 파르티타 2번 D단조 샤콘느에서는 강렬한 선율로 사로잡았고 오후 10시가 넘어가는 시간부터는 오히려 안정과 절제된 느낌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편한 드레스와 낮은 슬리퍼를 신은 채 연주에 혼신의 에너지를 쏟던 그는 잠시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지만 풍부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이날 연주 책자에 스승이자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이안 갈라미언 교수(1903~1981)를 기리며 사진과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기도 한 정씨는 "20대에도 나 자신이 준비가 된 것 같지 않아 포기했던 연주를 오늘 해냈다. 꿈을 이룬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황주영 기자 hwang.jooyoung@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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