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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존중(尊重)받는 어른이고 싶다

나는 조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래서 항상 ‘어떤 분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어느덧 나 자신이 그분들의 자리를 넘보는 나이가 되어, 어른으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곳에서 나타나는 세대 간의 갈등을 보며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생각하게 된다. 나이 들어도 가족이나 이웃들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하고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 살면 최소한 ‘꼰대(?)’ 소리는 피할 수 있을 것 같고, 젊은이들과 더불어 소통도 가능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른으로서 사는 생각을 몇 자 적어본다.

유교의 효(孝) 사상은 인간의 기본적인 존중의 관계를 의미하고, 기독교를 비롯한 대부분 종교에서도 가족과 이웃 간의 예의는 중요하게 가르치고 있다. 사실 효는 어른만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존중이 그 안에 깔려있다.

오래전 강화도에서 사목할 때 마을 종갓집에 효자문이 세워져 있었다. 그때는 그 자녀들이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집안 어른들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효자문을 어른들이 세워준 것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아무리 효심이 지극해도 부모의 사랑과 헌신을 따를 수 없다. 그래서 효자녀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혜로운 어른들이 자녀들의 정성에 답하여 효자문을 세워 감사를 표하는 것이다.

실제로 어느 집에 아들 내외가 시아버지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치매 환자가 계시니 집안 분위기가 평안할 리 없고, 남편이 병든 아내의 수발을 드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사람들을 만나면 아들 내외를 칭찬하고 자랑스러워 하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녀들의 도움이 크다는 것이다. 작은 것을 가지고도 며느리가 사주었다고 자랑하고, 아들 내외를 향한 감사를 표현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결국 소문이 퍼져 그 지역에서 아들, 며느리에게 효자 효부상을 주었다. 부모님 덕분에 그들은 큰 명예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상을 받은 이들이 부모에게 어떻게 하며 살았을까? 결과적으로 효자녀는 지혜롭고 훌륭한 부모가 만들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이 들어 불평만 하고, 고집을 부리다 자녀들과 불화하며 사는 사람들을 본다. 똑똑한 어른은 많은데 지혜로운 어른이 없다는 말이 있다.

 미국에 사는 자녀들은 교육받고 소통이 되니, 세상의 정보가 훨씬 많고 이 사회를 잘 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예전에 살아온 세월을 말하고, 경험을 내세워 내 말만 들으라는 어른들이 있다. 소통이 안 되면 젊은이들은 어른의 곁을 떠난다. 자녀나 젊은이들에게 답답한 꼰대 노릇을 하면 끼워주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말은 줄여야 하고 듣기를 많이 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명심하고 살아야 한다. 다양한 책을 보고 새로운 상식을 넓히고 자아 성찰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젊은이들 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나서지 말자. 우리도 그렇게 실수하고 넘어지며 지금까지 잘 살았다. 그것이 청춘이요, 성숙의 과정이다.

어른들은 어린 세대를 너그럽게 대하고 칭찬하고 아껴주는 것으로 존중을 받는다. 그러면 젊은이들이 스스로 다가와 지혜를 구할 것이다. 그때를 인내로써 기다리자. 이것이 서로 존중하며 기나긴 노후를 행복하게 더불어 사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의 자녀들을 모두 효자녀로 만들어 보자. 그것은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다.

이완홍 신부/엘리컷시티 성요한 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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