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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회 다녀도 교회에 속하지 못하는 아이들"

로사의 기적 이야기, 특수 아동사역 하는 임해령 사모

자폐아들도 같은 교인으로 여겨야
예배ㆍ식사도 함께하는 게 중요
일요일만 운영되는 건 교회 아냐
365일 모든 영역에서 사역하는 곳
교회로만 힘들어, 협력 사역 중요
전문성 부족해도 '마음'이 필요해


교회, 학교, 가정이 협력했더니 한 소녀가 변화됐다. 자폐증(autism),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강박장애(OCD) 등 3가지 질환을 동시에 가졌던 로사(10ㆍ레오폴리티초등학교)양이 1년 만에 회복된 이야기 <본지 5월13일자 a-1면> 는 오늘날 교회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교회는 실존 세계에서 왜 존재할까. 기독교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강조한다. 신을 향한 사랑은 주변 이웃에게 얼마나 전달되고 있을까. 로사의 변화는 기독교가 내포하는 사랑에서 비롯됐다. LA지역 삼일교회에서 특수아동 사역을 담당하는 임해령(사진) 사모는 지난 1년간 로사를 도우며 변화를 지켜봤다. 임 사모에게 오늘날 교회의 자폐아 사역의 현실을 물었다. 삼일교회 주일학교는 일반 아이와 자폐아가 함께 어울린다. 인원은 10여 명 정도다.

장열 기자

-로사는 처음에 어떻게 만났나.

"지난해 여름, 교회에서 주최한 자폐아 캠프에 엄마 손을 잡고 왔다. 덥수룩한 가발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했고, 책장에 있는 책도 모조리 다 꺼내 어지르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

-그런 아이들의 특성은.

"자기 세상에 갇혀있다. 그 안에서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 속에 있는 게 많으니까 그걸 끄집어내서 진을 빼야 한다. 그러면 타인이 들어갈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로사에게도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차분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처음 만나서 파마도 같이하고 매주 만나 둘이 놀러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마음을 열길 기다렸다."

-변화가 쉽지 않았을 텐데.

"솔직히 교회만의 역할로는 안 된다. 이 아이들이 언제까지 교회에서만 있을 수 없다. 결국,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커뮤니티와 함께 협력하는 게 너무 중요하다. 로사의 경우도 먼저 부모에게 교육 지침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그 다음 무작정 학교를 찾아갔다. 담임 선생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더니 그런 경우가 처음이라 그런지 학교도 흔쾌히 나섰다. 부모, 학교, 교회가 함께 삼박자를 맞춰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협력한 셈이다."

-교회 내에서는 어떤 노력을 했나.

"우선 교인들에게 이 아이들도 교회의 한 일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했다. 그래서 주일 예배에 자폐 아이들도 함께 참석할 수 있게 했다. 교인들과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도록 예배 후 점심도 같이 먹었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 너무 중요하다. 그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교인들이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했고 점점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어른들이 오고 가면서 '우리 로사 많이 컸네' '로사 예쁘게 하고 왔네' 하면서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이름도 불러줬다. 지금은 50여 명 정도의 교인들이 주일학교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안다. 이게 별것 아닌 거 같지만 그 아이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관심이며 변화의 시작이 된다."

-규모가 큰 교회는 힘들지 않을까.

"교회 크기를 떠나 현실이 중요하다. 실제 오늘날 교회를 잘 보면 자폐 아이들은 늘 구석에 있다. 예배도 분리된 공간에서 따로 진행한다. 설령 이 아이들이 예배에 같이 참석한다 해도 이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할 경우 눈치를 주거나 예배에 방해가 된다는 식으로 여긴다. 그런 인식 때문에 이 아이들이 현실적으로 일반 교인들과 어울린다는 건 쉽지 않다. 밥도 따로 먹는다. 쉽게 말해 자기들끼리 있다가 집에 간다. 같은 교회에 다녀도 실제는 그 교회 일원이 아닌 것이다."

-교회의 또 다른 역할은.

"교회는 일요일에만 활동하는 기관이 아니다. 365일 모든 영역에서 사역이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한다. 단순히 일요일에 예배를 드리고 밥만 주고 끝내선 안 된다. 복음적인 가치관을 기반으로 자폐 아이들의 변화를 위해 적극 나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대신 학교가 못하는 부분을 교회는 해줄 수 있다. 교회는 학교도 찾아갈 수 있고, 부모도 만날 수 있다. 역할의 범위가 넓다. 자폐아 사역은 교회가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실적 어려움은.

"모든 사역이 그렇지만 사실 교회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전문분야의 인재가 정말 부족하다. 전문성의 부재다. 그래서 솔직히 어설픈 부분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이다. 자폐아 사역은 노하우가 따로 없다. 끝까지 품어주고 기다리면 된다. 부모만 홀로 감당하기엔 너무 힘든 일이다. 학교와 교회, 자원봉사자 등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그럴 때 그 모든 것을 선하게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다. 그 변화의 때는 오직 하나님만 아는 거고 우리는 최선만 다할 뿐이다."

-자폐 자녀를 둔 부모를 많이 만날 텐데.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보통 자폐 자녀를 둔 부모는 둘 중 하나다. 너무 힘드니까 부부가 헤어지던가, 아니면 둘이 정말 열심히 아이를 돌본다. 그래서 자폐 사역은 아이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를 향한 사역이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함께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교회가 그 역할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요즘 교회들이 사회적으로 비판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이런 사례들이 사회로 하여금 교회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교회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에 분명 문제가 생긴다. 그러나 사람을 보지 말고, 교회의 역할을 봐줬으면 좋겠다."

▶문의:(310) 999-5584☞임해령 사모는

☞ 임해령 사모는
고 임홍빈 목사(구 생명시내교회)의 아내다. 임 목사는 USC에서 교육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스테이트풀러턴, CSUN 등에서 교수로 활동하다 뒤늦게 목회자의 길을 걸었고 생전에 행동 장애 등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감당하다 지난 2013년 작고했다.

임 사모는 본래 노인학을 전공했지만 남편의 뜻을 이어 현재 LA삼일교회에서 특수 아동 사역을 담당하고 있다. 임 사모에게 인터뷰 말미에 "특수 아동 사역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임 사모는 "인간적인 고백을 하자면 내가 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걸 아는데도 그 사역을 안 한다는 것은 하나님뿐 아니라 먼저 하늘로 간 남편에게도 미안한 것"이라고 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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