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트럼프와 '북핵 해결' 공조
"필요하면 워싱턴 날아가겠다"
취임사서 한·미 동맹 강화 밝혀
이르면 내달 방미 첫 회담 가능성
"축하 통화하자" 한국에 먼저 요청
문재인(사진 오른쪽) 대통령이 10일 취임 후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했다. 이날 오후 10시30분 이뤄진 양국 정상 간 첫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
특히 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조를 가속화하고 향후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또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빠르고 편리한 시기에 직접 만나자는 데도 뜻을 함께했다.
한·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안보 위기를 서둘러 해결하겠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며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며 "한편으로 사드 문제 해결을 위해 미·중과 진지하게 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엄중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 정상 간 긴밀한 채널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지난 5개월 국가 정상 궐위 상황에서 국내에선 미·중·일 등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한반도 문제를 논의한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문 대통령이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도 조속히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관련엔 "여건 되면 평양갈 것" 발언만=이날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은 대미 외교에 중점을 두면서 상대적으로 북한 관련 발언은 자제했다.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 정도의 표현만 했지, 구체적인 발언이 없었다. 현재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최대한의 압박과 관용'(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 정책을 전방위로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할 경우 집권 초기부터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 개최 시점은 이르면 6월께 문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외교·안보 라인 인선과 정부 내 대북정책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정상은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만날 수 있지만 첫 회담을 단독 양자 방문 형식이 아니라 다자회의를 계기로 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떨어질 수 있다.
6월 워싱턴 양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7월 독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까지 두 달 사이 두 차례의 만남이 가능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한국을 답방하는 형식이 외교가에선 '베스트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한·미 정상 간 통화에 이어 사상 처음으로 한국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한 한·중 정상 간 통화도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양국은 실무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거는 방안을 조율 중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의 대선 이후 정상 명의의 축전만 전달했을 뿐 별도로 취임 축하 통화를 한 경우는 없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현재 문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통화 시점 등을 놓고 한·중 실무선에서 조율이 이뤄지고 있다. 이르면 11일 통화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추궈훙 주한 중국 대사는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시 주석의 취임 축하 친서를 직접 전달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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