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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새 정부는 통합·위기관리 정부여야 한다

정덕구/NEAR재단 이사장

오랜 방황 끝에 국가 리더십을 다시 세우게 되어 다행스럽다. 그러나 새 대통령은 오늘 승리의 기쁨, 권력의 단맛보다 책임의 중압감과 실패한 대통령에 대한 두려움에 휩싸일 것 같다. 아울러 국민들도 그에 대해 절박한 기대와 무거운 우려를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반년 동안의 국정 혼란기는 우리가 갖고 있는 역량과 수준, 그리고 한계를 모두 드러내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라는 정치 사상가 토크빌의 말을 거부하려고 한다.

우리는 지금부터 그 수준과 한계를 뛰어넘어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문재인 새 대통령이 담임할 다음 5년에는 분권과 협치를 기본으로 하는 제7공화국 시대를 준비해야 하며 경제·사회적 정체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 경로를 찾는 전환시대의 분수령을 넘어서야 한다.

더욱이 올 들어 한반도 정세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돼 한국전 정전 이후 전쟁 위험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양동작전식 외교전략 속에 초강력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미·중 관계, 북핵 미사일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새 대통령이 이와 같은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과거 실패한 대통령을 반면교사하며 스스로의 자세를 바로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라는 상위 중견국가의 국정 운영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겸손해야 한다. 지난 30년간 6명의 5년 단임 대통령 중 실패하고 불행하게 물러난 대통령이 많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한 패거리의 대통령으로서 국민 전체를 품지 못했다는 점, 고독을 이기지 못해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국정 농단을 막지 못했다는 점, 당대 최고의 프로 정책가들을 멀리하고 아마추어 폴리페서들을 중용해 국가의 문제 해결 능력을 약화시킨 점, 그리고 좋은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 부족으로 충신과 간신을 구별하지 못한 점 등이다.

패거리의 크기로 경쟁에서 이기고 나면 패거리에 갇히게 된다. 대통령이 되고 나면 그 패거리의 올무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 성공의 1차 관문이다. 또한 이렇게 찢기고 사분오열된 국민들을 포용력과 리더십을 가지고 한데 묶지 않으면 국론 분열로 위기상황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따라서 새 대통령의 첫 번째 성공 조건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후보들과 그 정파들을 공동승자로 품고 모든 국민을 포용하며 연정·협치로 통합정부를 이루는 것이다.

두 번째로 정치의 주도권을 광장으로부터 정치의 중심 무대인 국회로 되돌려 국정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 국회, 시민사회 간 견제와 협력을 통해 정치정책 프로세스의 생산성을 높여 국가의 문제해결 능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세 번째는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내걸었으나 우리 능력에 맞지 않고 비현실적인 인기영합적 공약을 국정 우선순위에 따라 과감하게 재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이해를 솔직하게 구하기 바란다. 새 정부는 임기 내내 자원의 한계 속에서 허덕일 것이기 때문이다.

네 번째로 새 대통령은 인사에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한다. 당대 최고의 인재를 찾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제 그는 자신의 방에서 열쇠 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바로 방문을 나서 산 정상에 올라 넓은 시야를 얻으면 이 나라가 참으로 인재의 보고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을 가두어 놓고 있는 굴레에서 벗어나 탈이념과 탈진영 논리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에 바탕을 두고 매사 실사구시(實事求是)해야 한다.

지금 국제사회나 많은 국민이 새 대통령과 그의 측근 세력에 대해 일말의 불안감과 우려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우려에도 겸허히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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