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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에세이] 노튼 황제 (I)

한인의 미주 이민사를 보면 주로 20세기에 이민 온 사람들의 역사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인 교포들은 19세기에 샌프란시스코에 ‘노튼 황제’(Emperor Norton)가 군림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의 본명은 조슈아 에이브라햄 노튼(Joshua Abraham Norton(1818-1880). 영국의 런던 지역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 남 아프리카로 이주하여 거기서 자랐다. 아버지가 1848년에 사망하여 샌프란시스코 부동산에 투자한 4만 불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후 미국으로 이민 왔다. 지금 돈으로 치자면 120만 불쯤 되니까 현재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집 한 채 가격임으로 그렇게 큰 돈은 아니었다. 처음에 그는 4만 불을 부동산에 투자하여 25만 불로 늘이면서 장사꾼의 수완을 보였다. 그런데 그 무렵 중국에 대기근이 발생하여 미국에 사는 화교를 위한 쌀 수출이 금지되자 쌀 도매를 독점하기 위해 페루 산 쌀에 거금을 투자한 것이 골칫거리가 되었다. 쌀에 돈을 투자한 후 쌀값은 한 파운드 당 36센트에서 3센트로 폭락했기 때문에 파산했다. 사업가로서 완전 실패했으며 사업이나 정치적 영향력도 사라졌다. 거처도 하숙집으로 전락되었다.

1859년 수없는 송사에 실패해서 미국 정치체제에 실망한 그는 자신이 ‘미국 황제’라고 선포하고 나섰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샌프란시스코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장 자유로운 도시였다. 지금은 그 세력이 보잘 것 없지만 당시에는 프랑스 혁명이나 님북 전쟁의 여파로 이 도시에는 많은 무정부주의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들은 모든 정부란 형태는 부패와 타락 그리고 부당한 권력을 창출하기 때문에 타파의 대상으로 여겼다. 따라서 노튼의 기괴한 행동은 일부 시민에게는 농담조로, 일부 시민에게는 열광적으로 받아 들여졌고 많은 시민들은 그를 ‘황제’에 준하는 대접을 한 것이었다.

그는 칙령을 통해 미국 정부를 해산했고 자신의 집무실이 이 도시에 있던 뮤직홀이라면서 미국 각 주의 대표들은 이곳으로 모이라는 명령을 발부했다. 나주에는 자신이 황제라는 타이틀에다가 ‘멕시코의 보호자’라는 이름까지 첨가했다. 물론 미국 정부나 군대는 그의 명령을 무시했지만 도시로부터 상당한 대우와 존경도 받았다. 1870년 인구 센서스에서 그는 자기의 거주지를 SF 시 컴머셜 가로 적었으며 직업난에는 ‘황제’라고 명기했다.



그는 궁핍했지만 행사에 나갈 때면 항상 화려한 황제로 정장했다. 짙은 청색의 미군 육군 장교 정장에다가 어깨는 크고 화려한 견장을 달았고 수달피로 만든 모자에는 공작 날개로 장식했다. 큰 칼을 찼는데 외출 시에는 단장이나 화려한 우산을 들었다. 처음에는 당시 미군 육군 기지였던 프레시디오의 장교들이 기증했으며 제복이 낡게 되자 샌프란시스코 시 의회가 무료로 공급해 주었다. 칙령으로 제국에서 사용하는 황폐를 발행했는데 미국 전 지역에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다니는 상점에서는 받아주었다. 그만큼 당시 주민들은 그에게 너그러웠고 관대했던 것이다.

팔로알토에 있는 고급 이탤리안 레스토랑을 즐겼다고 하는데 당시 자동차가 보급되기 이전이었으니까 교통편이 힘들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위엄을 잃지 않았다. 고급 레스토랑에는 황제 전용 식탁이 늘 있었고 오페라나 연극이 처음 상연되는 때 황제 지정석이 항상 마련되어 있었다. 식당주인들은 상석인 지정석에 ‘미국 황제 폐하의 지정에 의해’라는 황동색 푯말로 장식했다.

한 번은 샌프란시스코 경찰관이 그를 체포하여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지만 직각적으로 언론을 통해 많은 시민들의 항의를 받았다. 마침내 시 경찰국장은 ‘그는 남의 피를 흘리게 한 적이 없고 남의 재물을 강탈한 적이 없으며 나라를 위태롭게 한 적이 없는 선량한 시민’이라고 공개사과하면서 구속에서 풀어주었다. 그 후로 시 경찰관들을 길거리에서 그를 만나면 거수경례를 올리게 했다. 황제는 자신을 체포한 경찰관을 관대하게 사면시켜 주었다.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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