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한·흑 모두에게 큰 상처 치유 위해 손 맞잡아야"

4·29 폭동 25주년 다큐 만든 아카데미상 출신 존 리들리 감독

가해자·피해자 등 인터뷰
고 이재성씨 유족도 만나
ABC 통해 미 전역에 방영
"소통의 부재로 갈등 쌓여
그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
세월 흘러도 현재 진행형"


"소통의 부재로 쌓였던 한인.흑인 간의 갈등과 오해가 폭동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공존'할 수 없었던 거죠."

1992년 LA 4.29 폭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렛잇폴: 로스앤젤레스 1982~1992(Let It Fall : Los Angeles 1982~1992)'를 제작한 흑인 감독 존 리들리(52.사진)는 27일 뉴욕대에서 열린 시사회 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두 커뮤니티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폭동 이후 긴장 관계는 완화됐지만 지금도 불씨는 남아 있다"며 "이제는 한인과 흑인 커뮤니티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4.29 폭동 25주년을 맞아 제작된 렛잇폴은 2014년 '노예 12년'으로 제86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리들리 감독의 첫 다큐멘터리 영화다. 2시간24분 분량으로, 폭동 10년 전인 1982년부터 92년까지의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배경을 별도의 내레이션 없이 당시 뉴스 클립과 목격자 및 폭동 가담자, 피해자 등의 인터뷰로 풀어냈다. 폭동의 유일한 한인 사망자인 고 이재성씨의 유가족 인터뷰도 담겼다. 영화는 "4.29 폭동은 로드니 킹 사건과 관련 경관의 무죄 평결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 것은 맞지만 그 전부터 고조돼 온 다인종 갈등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는 폭동 발생 13개월 전인 1991년 3월 19일, LA에서 식품점을 운영하던 한인 업주가 물건을 훔쳐가던 흑인 소녀와 몸싸움을 벌이다 총을 쏴 숨지게 한 이른바 '두순자 사건'도 등장한다.

하지만 리들리 감독은 "이 같은 단편적인 사건들이 폭동을 불러온 것은 아니다. 여러 인종 간의 오래된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들리 감독은 "로드니 킹 사건 당시는 LA시경이 논란이 됐던 범인 제압 기술인 '초크홀드(chokehold)'를 금지하고 곤봉으로 범인을 때리는 시대였다. 또한 LA가 84년 올림픽을 개최해 국제적 대도시로 떠오르자 마약과 갱 집중 단속을 통해 범죄 척결을 시도하면서 흑인 대상 과잉 진압에 대한 논란이 대두되고 있던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시간과 장소만 바뀌었을 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시점에서 폭동과 관계 있는 이들의 증언을 통해 이 시대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다"고 영화 제작 취지를 설명했다. 이 다큐는 28일 ABC 방송을 통해 미 전역에 방영됐다.

한편 4.29 폭동은 주방위군이 출동한 직후인 5월 3일까지 닷새 동안 2300여 업소를 방화하고 약탈했으며, 이 중 3분의 1에 달하는 700여 곳이 한인 업소였다. 한인 1명을 포함해 53명이 숨지고 4000여 명이 다쳤으며, 물질적 피해는 10억 달러에 달했다.

◆존 리들리 감독=1965년 위스콘신주 밀워키 출생으로 뉴욕대(NYU)를 졸업했다. 지난 2014년 영화 '노예 12년'으로 제86회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했다. 할리우드 영화 '벤허' 2016년 리메이크작과 '레드 테일즈(2012년)' '언더커버 브라더(2002년)' 등의 각본을 맡았다. 현재 ABC방송의 인기 드라마 '아메리칸 크라임' 시즌3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서승재 기자 seo.seungjae@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