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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국제칼럼] 여론조사 왜곡의 ‘6번째’ 가능성

언론 미디어가 대선에 관한 여론이나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거나 호도하는 방법은 적어도 10개가 넘는다. 지난 13일 칼럼에서 ‘여론조사 조작에 속지 않는 방법 5가지’를 소개한 바 있다. 오늘은 여론조사 왜곡의 ‘6번째 가능성’을 설명하려 한다. 그것은 여론조사 기관이나 그를 의뢰한 언론이 일단 시행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에 아예 발표하지 않거나, 1단 기사로 조그맣게 축소하여 뉴스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또는 인터넷 매체에 띄웠다가 즉시 삭제하는 방법 등을 말한다. 이 6번째 왜곡 가능성을 최근에 발표한 여론조사의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KBS와 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2017대선의 첫 TV 토론(4월 13) 이후 제4차 TV 토론(4월 23일)까지 언론 미디어가 시행한 여론조사는 16개에 달한다.이들 여론조사 결과는 몇 개의 중요한 특징과 시사점을 제시한다. 그중 정치적으로 가장 의미가 큰 특징은 다자 대결(5인 또는 6인)에서 문재인이 안철수를 적어도 9.5%P~14%P라는 큰 격차로, 즉 오차범위 밖에서 ‘전부’ ‘예외 없이’ 이긴다는 사실이다. 10여 일 전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기거나 동률이었던 경우와는 엄청나게 다르다.

따라서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가 이처럼 급속히 무너지는 조짐은 당연히 언론의 큰 관심을 끌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대선의 최종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어떤가? 거의 모든 인터넷 매체가 이 중대한 사실을 당일이나 그다음 날까지 보도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여론조사 왜곡의 ‘6번째’ 가능성’이다.

이와 함께 언론 미디어가 대선과 관련하여 의도적인 ‘편파보도’와 의도하지 않은 ‘오보’를 발표할 가능성을 짚어보자.

가장 대표적인 ‘편파적인’ 경우란 어떤 특정 후보에 대한 보도를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또는 유리하게 왜곡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1일 대선 미디어 감시연대가 한 달(3월 20~4월 15) 동안 6개의 종합일간지와 방송 7개사(지상파 3개와 종편 4개)의 보도 제목을 모니터링 한 결과를 발표했다.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6개 신문 종합일간지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한 제목은 19개, 불리한 제목은 62개로 총점이 마이너스(-) 43점이고, 국민의당에 유리한 제목은 36개, 불리한 제목은 15개로 총점이 플러스(+) 21점이 나왔다. 즉 (-)43점 대 (+)21점이다.

방송 7개사의 경우는 이 격차가 더 심하게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불리한 보도가 169건, 유리한 보도가 7건이어서 마이너스(-) 162점, 국민의당의 경우 불리한 보도가 66건, 유리한 보도가 21건으로 마이너스(-) 45점이다. 즉 (-)162점 대 (-)45점이다. 매우 심각한 의도적인 왜곡이라 하겠다.

이제 의도하지 않은 가장 대표적인 ‘오보’인 JTBC의 손석희 앵커 경우를 보자.

지난 19일 방송된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손석희 앵커는 “여론조사와 관련해서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전날(18일) 나간 ‘중도층 표심’ 관련 보도 중 그래프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그 ‘그래프 오류’ 내용은 이랬다.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문재인 후보가 자신이 진보라고 말한 응답자들로부터 48%의 지지를 받았고, 안철수 후보는 보수라고 말한 응답자들로부터 66%의 지지를 받았다고 나갔습니다. 그래픽도 그렇게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실제 조사 결과는 문재인 후보가 진보층으로부터 66%의 지지를 받았고,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으로부터 48%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제 우리 국민은 여론조사의 왜곡 여부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튼튼한 실력을 갖춘 ‘깨어있는’ 유권자임을 믿는다.

박영철/전 세계은행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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