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트럼프, 법인세 파격 인하로 경제 살릴까

'래퍼 곡선' 실험한 레이건 전 대통령
1981년 취임 후 세금 줄여 경기 부양
성장률 높이고 실업률·물가 잡았지만
정부 재정 상태 악화돼 국가 부채 급증

급진적인 세금 감면(radical tax cut).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한 블룸버그의 평가다. 실제로 한 번에 법인세 20%포인트 인하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86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폭은 12%포인트였다. 트럼프는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생산과 가계의 소비 활동을 자극해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은 세계적인 추세다. 2002년과 2017년을 비교하면 영국과 독일.스페인은 각각 11%포인트, 프랑스는 1%포인트 인하했다. 2000년대 신자유주의 열풍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기업투자 촉진의 목적으로 주요국들은 법인세를 경쟁적으로 낮췄다. 한국도 27%에서 22%로 5%포인트 내리며 이 흐름에 올라탔다.

요즘 들어 법인세 인하 바람은 다시 일고 있다. 미국이 법인세를 15%로 낮추기로 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3월에는 영국이 2020년까지 17%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에마뉘엘 마크롱도 법인세를 25%로 내린다는 계획이다. 2013년 법인세를 조정한 일본에서도 추가 인하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감세는 경제의 공급 측면을 자극하는 조치다. 저축 증가, 이자율 하락, 투자 및 고용 증가, 생산성 향상, 물가 안정으로 이어진다. 감세를 통한 공급 확대의 이론적 배경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이던 아서 래퍼가 가운데가 불룩하게 튀어나온 그래프 '래퍼 곡선(Laffer Curve)'을 통해 처음 제시했다. 1974년 워싱턴DC의 한 레스토랑에서 딕 체니, 도널드 럼스펠트와 함께 식사를 하고 냅킨에 감세 이론을 설명하는 그래프를 그린 일화로 유명하다. 래퍼는 당시 대통령인 제럴드 포드에게 이 이론을 전달하기 위해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이던 체니에게 이 이론을 설명했다.

만약 세율이 100%라면 모든 소득은 세수로 걷힐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경제활동을 하려는 기업이나 개인은 사라질 것이다. 반대로 세율이 0%라면 경제활동은 활발하겠지만 세수가 없어 정부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다. 활발한 경제활동과 세수가 극대화 되는 최적의 세율이 존재한다는 것이 래퍼 곡선의 설명이다.

1981년 대통령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은 이 이론에 기반해 세율을 낮추고 노동.생산을 확대하는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가동했다. 당시 미국은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물가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인 스태그플레이션 양상이 나타나던 시기다. 레이거노믹스 덕분에 미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의 2배가 넘는 1.8%로 치솟았다. 실업률은 1980년 7.0%에서 1988년 5.4%로 떨어졌고, 인플레이션은 10.4%에서 4.2%로 내려왔다.

그러나 감세는 모든 상황의 만능열쇠는 아니다. 지나친 감세는 정부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당시 미국은 구소련과의 국방비 경쟁을 벌이며 재정 지출이 대폭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중은 레이건이 취임한 1981년 1월 14.5%에서 퇴임한 1989년 1월 31.5%로 2배 이상 커졌다. 세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정세율 수준을 알기 어렵다는 래퍼 곡선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레이건과 경쟁하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세금을 깎아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은 사람을 현혹시키는 연기를 피우는 일"이라며 "알맹이는 없는 주술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세금을 깎아 경제의 공급 측면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공급 경제학(supply side economics)의 정책 처방이 이번에는 작동할 수 있을가. 트럼프의 감세 정책으로 기업이 실제 고용을 늘릴지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많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5%로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 이상 고용이 늘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이미 대부분의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력의 증가는 정체될 것"이라며 "4%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트럼프의 포부는 좋지만 매우 어려운 목표"라고 평가했다.


김유경 기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