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30분부터 서서 기다렸다가 '한 표' …피닉스에서 7시간 운전
19대 대선 재외투표 첫날
젊은층 눈에 띄게 많아
캐나다서 비행기 타고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 역대 최다를 기록한 제19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의 막이 올랐다. 25일, LA총영사관은 투표가 시작되는 8시가 되기 훨씬 전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유권자로 북적였다.
LA총영사관 재외투표소 첫 투표권 행사자는 샌타모니카칼리지에 다니는 유학생 임태원(19)씨였다. 새벽 3시30분부터 LA총영사관 앞에 서서 기다렸다는 그는 "2012년 대선 때 아버지도 서울 삼성동 한 투표소에서 첫 주자로 투표하셨다"며 "처음으로 하는 선거를 특별하게 기억하고 싶어 설렌 마음으로 일찍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변화해 가는 시점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돼 기쁘다"면서 "청년에게 힘을 실어주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투표소에는 먼 길을 달려 온 유권자가 많았다.
홍형기, 홍인자 부부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7시간 여를 운전해 LA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오전 8시 30분쯤 투표소를 찾았다. 홍씨 부부는 "몸은 미국 땅에 있지만 마음만은 조국에 있다. 어려운 현실에 마음이 아파 투표에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헬리펙스에서 유학하는 이지은씨는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LA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재외국민 투표를 하려면 몬트리올까지 가야한다. 그럴 바엔 미국에 가서 선거에 참여 한 뒤 여행을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외의 작은 도시에서도 투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노년층의 투표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김창환(71)씨는 투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잘 안 들리니 크게 말해달라"면서도 "국민이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LA에 거주하는 황월석(83)씨는 "이민 온 지 20년이 됐지만 올해 처음 선거에 참여한다"며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대통령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선거와 달리 젊은층도 투표소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젊은층 유권자는 입을 모아 국민과 한 약속을 잘 지키는 대통령이 뽑히길 바란다고 했다.
유학생 정연희(21)씨는 "인터넷에서만 보던 정치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학원을 빠지고 왔다. 공약을 잘 지키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한다솜(24)씨는 "퇴근 후에는 투표에 참여할 수 없어 출근하기 전에 미리 투표장을 찾았다"며 "지금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신뢰"라고 전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안고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패서디나에서 온 이지훈(33), 곽선미(33) 부부는 6개월 된 아들을 품에 안고 한 표를 행사했다. 이씨는 "생각보다 투표 열기가 더 뜨거워 놀랐다"며 "다음 세대가 잘 성장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제성(35), 이활란(32) 부부는 "나라다운 나라, 아이들이 제대로 클 수 있는 나라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소에서는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유권자도 있었다. 재외선거인(영주권자 중 한국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국민)과 국외부재자의 선거 등록 절차가 다른데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은 탓이다. 재외국민 등록 기간을 놓쳐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연탁 행정관은 "조기 대선으로 원래 90일이었던 등록기간이 40일 정도로 줄어 일부 유권자에게 혼동이 있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한편 LA총영사관 관할 재외국민 투표는 총영사관, 오렌지카운티한인회관, 샌디에이고 한인회관 등 3곳에서 할 수 있다. 총영사관 투표소에서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간, 나머지 2곳에선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투표가 진행된다.
투표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다. 국외부재자는 국가 기관에서 발행한 신분증(운전면허증, 여권, 주민등록증 등)을 지참하면 되고 재외선거인은 기한이 지나지 않은 영주권 원본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김지윤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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