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는 잊혀졌다"
4·29폭동 25주년: <1> 주류언론 편향보도
여전히 '두순자 사건' 직접적 원인처럼
한인사회 "형평성 잃은 편파성에 분노"
4.29폭동 25주년을 코 앞에 둔 시점에 LA타임스가 흑인커뮤니티 관점에서만 바라본 폭동 관련기사를 보도해 한인사회에 논란이 되고 있다.
LA타임스는 25일자 캘리포니아섹션 톱으로 '당신은 잊혀지지 않았습니다(You are not forgotten)'라는 제목을 달고 4.29폭동(LA폭동) 25년 후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매체는 이 기사에서 폭동 당시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한인커뮤니티의 관점이나 주장은 완전히 배제한 채 흑인커뮤니티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또 사진설명과 본 기사에서 폭동과 직접 연관이 없는 라타샤 할린스(당시 15세)양에 대한 추모 행사를 소개하며 '한국출생 업소주인(South Korean-born shopkeeper)'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할린스는 일명 '두순자 사건'으로 불리는 사건의 희생자인데 가해자가 태어난 나라를 밝히는 것이 과연 필요했느냐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년 전 버지니아텍 총기난사 사건의 경우 범인 조승희가 한국출생이라는 것을 표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특히 4.29폭동의 직접적 도화선은 로드니 킹 사건에 대한 관련 경관 4명의 무죄 평결이었다는 점에서 굳이 폭동 발생 13개월 전에 발생한 두순자 사건을 폭동과 연관시켜 보도해 4.29폭동을 현재 시점까지 한인커뮤니티와 흑인커뮤니티간의 인종갈등으로 몰고 가는 느낌이라는 것이 기사를 읽은 한인 독자들의 평이다.
케빈 김(53.터헝가)씨는 "이 기사를 읽은 뒤 편파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폭동 당시 주류 언론이 행했던 인종차별적 보도 방식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고 말했다. 제니 정(40.LA)씨는 "흑인사회 나름의 분노와 가족들의 슬픔이 있겠지만 분명히 형평성을 잃은 편파적인 기사를 게재했다"면서 "한인사회가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처해 LA타임스로부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라 전 LA한인회장은 "흑인커뮤니티의 주장이 다 옳다 해도 한인커뮤니티의 피해와 관점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은 왜곡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오늘 내일 중으로 LA타임스에 항의편지를 보내고 관련 기자회견도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폭동 당시 주류 언론 보도 행태에 대해 다수의 사회학자들은 전형적인 미디어 플롯에 의한 피해자 타겟팅 사례의 하나로 꼽고 있다.
UC리버사이드 장태한 교수는 "전형적인 주류 언론 보도방식이다. 한인사회 입장이나 피해사실은 반영하지 않고 마치 한인사회가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은연 중에 묘사했다"고 지적했다.
폭동 당시 비영리단체가 발표한 한인사회의 폭동 피해액수는 3억5000만 달러에 달하며 약탈이나 방화 등으로 손실을 입은 한인 업소가 2200개를 넘었다. 폭동 기간 전체적으로 인명피해는 55명이 숨졌으며 2000명 이상이 부상 당했다. 체포된 사람이 1만1000명을 넘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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