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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중국

김기수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중국에 대한 오해는 대단히 많지만, 특히 중국의 고속성장은 중국을 과대평가하는 핵심 요인이었다. 연평균 10%를 넘는 경제성장이 지속되자 2020년, 늦어도 2030년까지는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예측이 한국에 퍼졌다.

그러나 그토록 중국 경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던 전문가들도 2015년께부터는 자신의 주장을 슬그머니 접었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이 끝난 사실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이행기(transition)에 있다는 것이 설명의 전부였다.

이행기를 지나면 중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구조적으로 반등은 불가능하다. 다소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중국 경제 전체가 생산성 저하현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보는 주요 이유다.

중국 경제의 우월성을 굳게 믿고 있던 2005년께 이미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자본의 한계 효율 저하, 즉 2005년에는 100을 투자하면 국내총생산(GDP) 역시 100만큼 늘어났지만 지금은 그 수치가 2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성장을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함을 알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기업의 부채가 급속히 늘어난 이유 역시 설명이 된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6.7%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구 전문가 중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2013년 중반 이후 2016년 후반기까지 중국 GDP는 24% 팽창했다. 하지만 경제구조상 수치가 비슷해야 할 중국 상장기업의 매출은 13%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치와 경제의 속성 차이를 간과한 것도 중국에 대한 오해의 또 다른 원인이었다. 중국을 통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착각은 대표적인 사례다. 92년 중국은 북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수교했다. 덩샤오핑(鄧小平) 특유의 실리정책, 즉 정치 및 군사 분야는 북한을 통해, 경제는 한국을 활용해 중국의 실리를 극대화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이었다. 중국은 현재까지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모른 척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로 긴밀한 경제협력을 디딤돌로 중국을 통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이 언제부턴가 한국인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중국과 이해가 다른 동맹국인 미국과 멀어지는 것도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박근혜 정부 초기 3년은 위의 생각이 구체화된 시기였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시 박 대통령은 중국의 군사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얼마 안 가 북한은 또 핵실험을 했고, 대응책을 요구하자 중국은 모른 척했다.

여기서 중국은 덩샤오핑의 정경분리 원칙을 고수한 반면 한국은 반대로 행동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카(E.H. Carr)가 30년대 처음 주장한 뒤 오랜 논쟁을 통해 서로 차원이 다른 가치는 교환이 안 된다는 법칙이 확립된 바 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중국과 아무리 가까워도 차원이 다른 중국의 군사 및 전략적 이해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한국은 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에 의한 지배, 주권 재민 등을 기본 가치로 발전했다. 반대로 공산주의 일당 독재, 권력 분립 부재와 법에 의한 지배 실종, 반쪽 시장경제 등이 우리와는 정반대인 중국의 불안정한 현주소다.

역사적으로 그런 국가는 내부의 모순을 외부로 표출하는 경향이 있다. 가치 중심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에 일방적으로 힘을 과시한다는 뜻이다. 바로 이것이 조선시대와 현재의 차이점인데 중국이 자신의 가치를 강요하면 우리는 수용할 수 있을까? 모든 면에서 앞서 있는 우리로서는 어림없는 얘기다. 대만의 본토 통합 거부, 홍콩의 반복되는 민주화 시위 현상에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늦었지만 사드 보복을 통해 한국인들이 현실을 자각했다면 불행 중 다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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