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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노인 대학의 청춘 학생

비가 오면 어쩌나, 구름 낀 하늘을 몇 번씩 올려다보며 마음 졸이던 때가 있었다. 소풍 가기 전날 밤. 손꼽아 기다리던 날, 김밥과 오징어와 사이다 그리고 삶은 달걀에 빨간 사과 한 알이 선히 떠오른다.

백여 명의 나이 들 만큼 든 학생들이 마치 초등학생들처럼 즐거운 얼굴로 버스에 오른다. 옆으로 스치는 차량들을 내려다보며 달려가는 맛이 그럴 듯하다. 지평선에 맞닿은 푸르른 농경지가 새롭다. 무구 포인트 해변에 다다르니 해를 가려준 구름과 알맞게 느슨한 바람이 간지럼을 준다.

이렇게 나들이를 같이하니 모두 동업자라 할 수 있겠다. 뭍으로 뛰어오르는 파도처럼 싫증 내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라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상처도 주지 않고 어깨 올리며 거드름 부리지도 않으며 물기도 많은 이들이다. 그리고 신앙만 있고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을 새기고 있는 이들이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기는 조금 이르지만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만들어 못다한 꿈을 추억으로 만들고 있는 우리는 아직 젊은 청춘들이다.

무정세월 한 허리를 칭칭 동여매어나 볼까. 흥겨운 춤과 노래가 자꾸만 나이를 줄여준다.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은 매일이기를 바라며 다시 버스에 오른다. 크진 않아도 편히 쉴 수 있는 나의 집으로 가기 위해.



밸리 예일 대학과 탬파에 있는 노인대학 두 군데에서 초등학생이 되어 음악과 율동으로 마음의 성형수술을 받고 있는 젊은 청춘들이다.

지상문·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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