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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된 10~60대 '고통스런 외로움'

'문화·유전·환경' 복합적으로 작용

한인 자살 실태를 다룬 보도 <본지 19일자 a-1면> 후 독자들은 매주 한인 3~4명이 자살한다는 소식을 남의 일 같이 여기지 않았다. LA카운티정신건강국과 정신건강전문의는 한인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자살 원인과 유형

한인 자살 문제를 현장에서 다루는 정신건강전문가는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한다. '문화, 유전, 환경.'

파라곤 심리치료 클리닉 저스틴 최 원장(임상심리학 박사)은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한인 구성원이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인은 자살을 생각하거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일을 '나약'하거나 '수치스러움'으로 받아들일 때가 많다. 개인의 자존감과 삶의 의지가 붕괴되는 순간까지 남을 의식하는 체면 문화가 극단적 선택으로 몰고 간다.

저스틴 최 원장은 "사업실패, 가정불화, 타인과 관계형성 실패 등을 겪으면 삶의 의미를 잃기도 한다. 암울한 미래에 대한 체념과 두려움을 자살로 끝내는 것"이라며 "한인 문화 특성상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외부에 공개하고 대화하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특히 한인은 남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 상대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피해 주는 것이 돕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다. 우울과 고립의 고통은 더 커진다"고 한인 자살 실태를 전했다.

한인장의업체에 접수된 자살 유형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이들이 고립 속에 자살을 선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장의업체 대표는 "10대 청소년은 외로움으로 약물 중독에 빠져 숨지고, 20대 유학생은 수년간 한국 집에서 많은 돈을 지원받고도 직장을 못 구했다며 신변을 비관했다. 50~55세 한인 남성은 자신의 꿈꿔온 삶이 깨질 때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너무 자주 한다"고 전했다.

유전적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 중 '우울증·조울증·조현병' 병력이 있거나 자살을 경험한 사람은 난관에 부딪힐 때 헤어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인 가정상담소 폴 윤 카운슬러는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은 타인의 죽음, 정신적 충격, 누군가의 배신이나 공격, 재산 탕진 등을 겪을 때 일상으로 복귀하기 힘들어한다. 그럴 때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약물복용이나 목을 매는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계획하다 실행에 옮기곤 한다"고 말했다.

이민사회란 특성상 대인관계의 느슨한 결속력은 공허와 박탈감을 키운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우울증이 심하거나 생활고를 겪지만, 딱히 손을 내밀 곳은 없다. 최근 시한부 판정을 받은 한인 환자의 자살 증가 추세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기독교상담소 염인숙 소장은 "가족과 공동체가 생각보다 약하다. 삶의 동력과 방향을 잃어버리면 누군가에게 손을 뻗쳐야 하지만 그 순간 혼자라는 절망을 느낀다. 직업 안정성이 약하고 이동도 잦은 한인사회 환경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5~2세 청소년 자살 상담도 급증

정신건강 전문가는 한인 청소년 자살 문제도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자녀 1명만 키우는 이민자 가정일수록 부모의 관심이 더 필요하다. 자녀의 약물중독 가능성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기독교상담소 염인숙 소장은 "정신적 성숙이 빠른 아이들은 10~11세에 자신의 우울증을 자각하고 웹사이트 등에서 자살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자가진단을 한다"면서 "상담을 요청한 아이들은 엄마아빠는 집에 없을 때가 많고, 가족과 추억이 없다고 호소한다"고 전했다.

폴 윤 카운슬러는 "한인 청소년은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학교성적 등 외적 성공만 강요받을 때가 많다. 부모는 자녀가 자살 충동을 실천하기 전에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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