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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교사의 지평선]복 중의 복은 인복

박명희
VA 통합한국학교 교사

“인복이 많아서 남편 복과 자식 복과 재물 복이 참 많구나.”

호기심으로 친구들과 함께 찾아간 신 내린 지 얼마 안 된 아기 동자가 나에게 반말로 지껄였던 게 문득 떠오른다. 지금에 와서 뒤돌아보니 복이란 것도 결국 서로가 하기 나름이 아닌가 싶다.

내 세월의 절반을 넘게 자식에게 눈물과 돈을 쏟아 부었지만 무자식 상팔자라는 무상 클럽회원이 되어 ‘내게 자식 복은 없나’ 싶었는데, 나름대로 잘 자라준 조카들 키우는 데 일조했으니 자식 복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남편도 그럭저럭 잘 만나 서로가 하기 나름이라며 짝짜꿍 맞춰가며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지금껏 살고 있으니 남편 복도 있는 듯하다. 게다가 알뜰하고 부지런한 남편 덕에 타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며 맞벌이 부담 없이 그저 주말에 내가 좋아하는 한국학교에만 가도 밥은 굶지 않고 가끔은 남에게 베풀며 살 수도 있으니 재물 복도 있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내게 주어진 복들을 돌이켜 보니, 무엇보다 가장 큰 인복은 ‘흔치 않은 올케 복’이다.



사실 처음에는 내 남동생이 여자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서운해 뭐든 꼬투리 잡고 싶었다. 하지만 세월 속에 아무리 돌이켜봐도 지금껏 남동생이 가장 잘한 일은 올케를 만난 일이다.

“아이고 그 집 아들 효자네요.” 남들이 친정엄마에게 종종 건네는 그 말 뒤에는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신혼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반납한 채 가끔 설움의 눈물을 흘렸던 며느리, 올케의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맏이로서 동생들 챙기느라 또 애를 태웠다. 이제 다행히 모두 제 짝을 만나 잘 지내고 있지만 지금까지 올케의 노력을 되짚어보면 뭐니뭐니해도 올케는 우리 집안의 복덩어리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행복한 복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엉뚱하게 먹을 복까지 가세한다. 엄마 음식 솜씨를 대물림해서인지 올케는 맛있는 음식도 곧잘 만들어 온 가족 입맛을 사로잡았고, 나 역시 솜씨가 조금 있기에 우리 집안은 건강하게 먹을 복 하나는 타고났다 싶다.

아무튼 요즘 자식들이 결혼해 독립하고 나니 우리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는 것 같다. 우리를 따라 미국에 와서 곁에 사는 올케에게 뭐든 챙겨주고 나누어 가지고 싶다. 자석처럼 끌리는 내 이 마음을 아는지 동생 부부와 우리 부부 중 제일 나이가 젊은 올케는 요즘 부쩍 “형님 십 년 차이는 친구”라며 친숙하게 파고든다. 나 역시 “이렇게 잘 챙겨 주는 시누이 있는 올케는 복 받은 사람”이라며 장난스레 되받아친다. 세상에 나오는 순서는 있지만 가는 순서는 없다지 않나. 함께 하는 그 날까지 건강하게 늙어가며 친구처럼 의지하고, 주어진 이 복들을 마음껏 누리며 살고 싶다.

보통 회개하거나 반성하려면 잠자리에 들기 전 ‘하나님 제가 오늘도 하나님을 기쁘게 해드렸나요?’라고 하라지만, 나는 사춘기 반항아처럼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나는 오늘도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감사하게 해주세요’라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도 복이 참 많아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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