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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운틴 볼디는 아버지의 집입니다"

고 김석두씨 장남 김동영 박사
등반로 반대편서 실족사 추정
16일 팔순 닷새 앞두고 비보
"돌아가신 산에서 아버지 느껴"

산을 사랑한 아버지를 아들은 산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11일 마운틴 볼디서 숨진 채 발견된 고 김석두(79)씨의 장남 김동영(49) 박사(위장내과의)는 "아버지는 매일 산에 가셨고, 항상 산에 계셨다"며 "산처럼 바르고 큰 분"이라고 기억했다.

김씨는 지난 7일 마운틴 볼디로 홀로 등반을 떠났다가 실종됐고, 끝내 하산하지 못했다. 고령이지만 마운틴 볼디를 거의 800차례 가까이 오른 베테랑 산악인이었다.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가족과 지인들은 시신 발견 소식에 가슴이 무너졌다.

김 박사는 "아버지는 산 중턱의 캐빈에서 주무시기도 하셨기 때문에 그날도 하룻밤 묵으시나 보다 했다"며 "그런데 다음날 밤까지도 연락이 없어 9일 새벽에 산으로 찾아나섰다"고 말했다. 캐빈에 아버지의 부재를 확인하고 실종 신고를 했다. 대대적인 수색작업이 시작됐다. 김 박사는 "구조대장이 '이렇게 많은 수색대가 조직된 전례가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면서 "다들 자기 가족처럼 아버지의 생존을 기원하면서 산을 뒤졌다. 고맙고 따뜻했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에도 아버지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김 박사는 "발견된 곳은 평소 가시던 등반로 반대편이었다"면서 "높은 곳엔 아직 눈이 있어 미끄럽다. 아마도 실족하신 듯하다"고 말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했다. 그중 일부는 안타까운 마음에 '왜 그렇게까지 무리해서 산에 가셔야 했나. 좀 말리지 그랬느냐'고 했다. 하지만 아들의 생각은 달랐다.

김 박사는 "같이 등반한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내가 부자가 아니어서 돈은 줄 수 없지만, 정신적인 유산만은 남기고 싶다'고 하셨다"면서 "볼디 등반 1000회를 목표로 산을 오르고 또 오르신 이유가 당신의 의지와 도전을 물려주시려 했던 것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이해하는 만큼 아들은 더 죄송하다고 했다. 16일은 아버지의 팔순 생신이다. 잔치 대신 아들은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

"어제(12일) 처와 아이들을 데리고 산에 주차된 아버지 차를 가지러 갔습니다. 볼디로 들어서는데, 아버지가 느껴졌어요. 이해하기 어렵지만,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이제 볼디는 제게 '아버지의 산'입니다."

그 산에 자주 자식들과 오를 계획이다.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산이 아니라 아버지가 계신 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구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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