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 이상이 장애인 아니면서 '장애인 전용 주차'
[현장 고발] 장애인 전용 불법 주차
8시간 동안 일일이 조사…갖가지 불법·편법 사례
A쇼핑몰 28대 중 16대…B쇼핑몰 42대 중 21대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불법 사용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인이 장애인 전용 공간에 주차를 하는 행위, 장애인 주차카드 차용, 장애인 동승자가 없는데도 주차 카드만 건 채 주차한 경우 등 불법 사례가 하루에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본지는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LA한인타운 내 대형 쇼핑몰 2곳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에 대한 남용 사례를 일일이 직접 조사했다. 평일 낮 8시간 동안 현장을 지켜본 결과, A쇼핑몰에서는 28대, B쇼핑몰에서는 42대의 차량이 각각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했다.
현실은 심각했다.
이날 A쇼핑몰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한 24대의 차량과 운전자를 조사한 결과 16대 차량의 운전자는 거동에 전혀 불편이 없는 비장애인이었다. 66%나 불법 주차다. 특히 이 중 2명은 장애인 주차 카드도 없는 일반 차량 운전자였다.
B쇼핑몰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이용한 42대의 차량 운전자 중 절반인 21대 차량의 운전자가 비장애인이었다. 이용자 중 50%가 불법 주차인 것이다. 불법 주차 사례는 다양했다.
관계기사 3면>
일반 차량으로 장애인 공간에 주차한 한 가족에게 "신체의 어느 부분이 불편하냐"고 묻자 운전자는 "시간이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 운전자는 10분 뒤 슬그머니 나와 차량을 일반 주차 공간으로 옮겼다.
장애인 주차카드가 차량에 걸려있는 70대 남성 이모씨는 "내가 장애인은 아니다. 아내가 수술을 받아 장애인 주차증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는 동승하지 않은 상태였고 기자의 질문을 받자마자 황급히 차를 뺐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든 60대 여성은 장애인 주차공간 이용에 대한 이유를 물으니 "왜 그런 걸 묻느냐. 난 잘못한 거 없다"고 화를 냈다. 한 60대 남성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양손에 거뜬히 들며 빠른 걸음으로 장애인 공간에 주차돼 있는 미니밴으로 향했다. 장애 여부를 물었더니 이 남성은 "왼쪽 발목에 철심이 박혀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신체 장애인들은 전용 주차 공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쇼핑몰을 찾은 나성밀알교회 권안나 목사는 차량에서 지팡이를 짚고 내리면서 "평소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량이 많아 다른 자리를 찾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요즘은 신체가 멀쩡한 일반 운전자들이 장애인 주차카드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아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다운증후군 아들을 태우고 LA를 방문한 한 여성(오렌지카운티)은 이날 장애인 주차공간을 찾기 위해 쇼핑몰을 계속 돌다가 결국 일반 주차 공간에 차량을 세웠다.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가주차량국(DMV)에 따르면 현재 가주 전역에서 장애인 전용 주차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은 약 240만 명이다.
반면, 가주 장애인 편의시설법에는 장애인 주차공간은 일반 주차공간 25개당 1대 이상 확보해야 한다. 전체 주차 공간의 약 4%만 장애인에게 할당되고 있을 뿐이다. 유니스 김(73·LA)씨는 "벌써 주차장을 세 바퀴나 돌았다. 장애인 주차 구역은 너무 없는데 장애인 차량은 너무 많은 것도 문제"라며 "장애인 주차카드가 있어도 대부분 일반 주차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꼼수도 많다. 장애인 전용 공간에 주차돼 있는 차량을 살펴보니 장애인 카드의 만료일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꽂아놓은 경우도 자주 목격됐다.
현장 취재 중 일반 차량이 장애인 공간에 주차를 하고 있음에도, 쇼핑몰 주차 관계자가 이를 제지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조사했나
본지 기자 2명이 LA한인타운 내 대형쇼핑몰 2곳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 인근에서 1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불법 주차 사례를 일일이 직접 조사했다.
장애인 구별
장애가 외상으로 보이지 않고, 거동에 불편함이 없는 사람은 비장애인으로 구별했다. 게 중에는 장애인도 포함될 개연성이 있지만,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는 사람도 장애인으로 봤다.
김재라·김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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