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김경준, MB 뒤흔들 결정적 증거 있나
"1주일 내에 공개하겠다"
위험수위 '뇌관' 터지나
BBK 주가조작 사건은 지난 2001년 김씨가 자신이 대표로 있던 투자회사 BBK를 통해 옵셔널벤처스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회삿돈 380억 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미국으로 도주했던 그는 2007년 11월 한국으로 송환되면서 "MB가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당시 17대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김씨의 발언은 정치판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MB는 부인했고, 특검 역시 김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렸다.
결국 2009년 김씨는 징역 8년에 벌금 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김씨는 줄곧 억울함을 토로했다. 옥중에서 그가 펴낸 자서전의 제목인 'BBK의 배신'에서도 심경이 드러난다.
BBK 사건에 대해 특검까지 실시됐음에도 의혹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뇌관'들이 많기 때문이다.
BBK 정관에 MB는 '최종 의사 결정자'로 명시되어 있고, 언론과 인터뷰에서조차 자신이 창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김씨가 옵셔널벤처스를 인수하기 1년 전 세운 'LKe뱅크'라는 금융지주회사는 MB가 공동대표다. 또 LKe뱅크 설립 당시 MB가 투자한 30억이 BBK로 흘러갔다. 김씨가 주가조작에 이용한 MAF 펀드에도 LKe뱅크가 150억 원을 투자했다. 본인이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의 투자금이 주가 조작에 사용된 것을 MB가 사전에 몰랐을 리 없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씨는 출소 후 미국으로 추방되기 전 박범계 의원을 만나 그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 증거'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LA국제공항에서 그는 그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집권 아래 차마 공개하지 못했던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죗값을 치렀고, 상대적으로 운신하기 편한 미국에서 그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한국 정치권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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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이모저모
가장 그리운 것은 'LA날씨'
10년 전 양복·구두 그대로
○…29일 LA에 도착한 김씨의 얼굴에서는 세월이 읽혔지만,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은 10년 전 수감 당시 그대로였다. 2007년 11월 한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될 당시 입었던 버튼 세 개짜리 양복이다. 버클 달린 구두도 똑같다. 구속 당시 영치했던 옷과 구두를 출소하면서 돌려받아 그대로 입고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수감생활을 마친 김씨의 귀국짐은 단출했다. 카트에 실린 짐은 큰 가방 1개와 작은 가방 1개, 사과박스 2개 등 4개였다. 교도소에서 개인 소지품이 제한되는 점을 감안하면 짐의 상당량은 본인의 재판과정에서 그동안 모아온 BBK사건 관련 증거들일 가능성이 높다.
○…수감생활중 가장 그리웠던 것을 묻자 그는 "(LA의) 날씨"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4차례 거듭해 그리움의 대상이 가족임을 숨기지 않았다. 지난 10년동안 김씨의 모친 김영애씨는 팔순을 넘겼고, 누나 에리카 김씨는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또 아내 이보라(47)씨 역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했다. 딸 알렉산드리아(17)양은 아버지 없이 10대 시절을 보내야 했다.
○…공항에 마중 나왔다던 김씨 가족들은 취재진을 의식한 듯 김씨에게 오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은 김씨와 가족의 상봉 장면을 화면에 담기 위해 김씨를 계속 뒤쫓았다. 그 바람에 김씨가 국제공항터미널을 나와 2개 터미널을 걷는 동안 10여 명의 취재진이 계속 뒤를 쫓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졌다.
김재라 인턴기자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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