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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자기암시

정 명 숙 / 시인

10년 전 한국에서 시아버님이 돌아가시자 시어머님을 뉴욕의 우리 집에 모셔왔다. 65년을 동고동락하시다가 홀로되신 시어머님은 육신이 피폐해 최악의 상태이셨다. 가져오신 약 중에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발견했다. 그런 종류의 약들은 중독성이 있다고 그만 드실 것을 극히 권했으나 어머님은 벌써 중독된 상태이셨다. 결국 간호사인 내가 위약을 이용해 서서히 중단하게 만들었다.

2주 전 중앙일보에 게재된 김은기의 바이오토크 '플라시보 효과'를 읽고 크게 동감하여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우리 두뇌는 천연약국이라 한다. 뇌세포를 훈련하면 생각만으로 치료가 잘 될 거라는 기대가 도파민 형성에 도움이 되어 파킨슨병, 우울증 등 두뇌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가짜 약을 먹고도 기대감으로 정말 증상이 완화될까. 미 FDA는 우울증 약의 80%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한다. 플라시보가 어느 질병에서나 다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두뇌와 관련된 질병으로 심리적 요인이 핵심인 통증, 우울증, 위궤양, 과민성 대장염 등은 플라시보 효과가 크다. 이의 메커니즘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만으로 뇌의 전두엽에서 도파민이 만들어진다. 반면에 치매 환자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어 본인 스스로 약에 대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

플라시보 효과는 기대감이 가장 큰 변수다.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 의사의 화술에 따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치료에 임하면 효과가 크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위약 처방은 의사의 기본적인 윤리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논쟁이 되고 있다. 현대인의 질병은 스트레스에서 유발된 두뇌질환이 많다. 스트레스에 굴복당하지 말고 자기암시를 이용하여 좋은 스트레스로 방향전환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스트레스는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의 분비를 자극한다.

내가 나가고 있는 아침 필라테스 클래스는 맨 마지막에 "I am getting better and better everyday and everywhere. Breathe in positive energy, breathe out negative energy" 하며 클래스를 마친다. 밖에 나오면 어느덧 전신에 충만한 도파민이 찬란한 햇빛과 교감을 이루어 천군만마의 에너지로 하루를 연다. 도파민은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로서 감동의 샘이라고 불린다.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행복감을 느끼고 낙천적이 되며 예술가적 기질이 많아 활동적인 삶을 살게 된다.



심리학을 공부해 보면 여러 가지 유형의 성격을 배우게 된다. 심리학자 프로이드에 의하면 만 2세 미만의 영아기는 구강기다. 이 시기에는 구강과 관련된 행위 즉 먹고 마시는 일이 최고의 관심사다. 이 시기를 자연스럽게 잘 보내지 않으면 성격이 구강기에 고착된다. 입은 항상 욕구불만으로 무엇이든 찾는다. 음식.술.담배.마약 등 쾌락 (pleasure principle)을 위해서 입은 항상 분주하다. 이들이 성인이 되면 과식으로 비만이 되고 술.담배는 간과 폐를 망가뜨리고 마약중독자가 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중환자실에도 가끔 drug seeker들이 입원한다. 처음에는 통증을 호소해서 진통제를 투여하지만 점차 진통제에 내성이 생겨 투약의 강도와 횟수가 잦아지면서 결국에는 중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에는 비중독성 진통제인 methadone을 처방하거나 플라시보를 이용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의 꽃은 약물치료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94세의 천수를 누리고 계신 나의 시어머님도 혈압약, 심장약, 방광약, 위장약 그리고 변비약까지 약의 숫자는 계속 불어난다. 내 개인적인 취향은 약을 싫어한다. 항상 깨어있고 싶은데 혹시라도 약 기운이 나를 지배할까 두렵고 부작용 또한 무섭다. 우리 주위에서 플라시보 효과를 노리는 사례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온갖 종류의 비타민, 피로회복제, 정력강장제 그리고 고가 화장품과 사이비 종교들이 그것이다. 오늘도 자기암시로 뇌 속에 잠자고 있는 자가 치료제인 천연약제들을 불러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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