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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가득한 정원(헌팅턴 라이브러리)으로 봄마중 갑시다

중국ㆍ일본 등 12개 테마 가든
수많은 희귀 장서와 초고 소장

회색빛 대지가 일제히 초록 융단으로 치장을 했다. 그 융단을 뚫고, 새순이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봄을 맞이했다. 붉고, 노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봐 달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봄'이라 하지 않았던가. 어느 나라 말이든 봄은 봄이다. 따뜻한(불·火) 기운이 온대서 봄이라고도 했단다. 봄을 맞으러 헌팅턴 라이브러리를 다녀왔다.

긴 우기 끝에 찾아온 반짝 햇살이 반갑다. 고목 둥치에 깃들어 핀 노란 수선화가 봄바람에 살랑댄다. 커다란 우듬지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든 자목련 아래로는 상춘객들이 느릿느릿 봄기운을 즐기고 있다.

1919년에 207에이커의 광활한 부지에 자리잡은 이곳은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식물원, 전통문화박물관, 자연학습장을 겸한다. 도서관이라지만 사실은 자격이 되는 학자들만이 이용할 수 있는데 매년 전세계 1700여 명의 학자들이 희귀 문헌 등을 연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도서관에는 '캔터베리 이야기' 원고를 비롯해서, 에드가 앨런 포, 벤자민 프랭클린, 셰익스피어 등 미국과 영국을 대표했던 유명 문학가들의 작품이 15-16세기 때의 악보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또한 구텐베르크의 성경은 1450년 무렵 독일 마인츠에서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송아지 가죽에 인쇄한 것으로 도서관에서 소장한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42만권의 희귀 장서와 700만본의 초고를 소장하고 있다. 130에이커의 면적에 테마별 정원이 12개, 80여 종의 1200여 그루가 다양한 자태와 특유의 색깔을 뽐내고 있다.



마치 다른 행성에라도 온 것 같은 희귀 선인장들의 군락지를 거쳐 잉어 노니는 연못 옆 대나무 숲에서 다리쉼을 했다. 나른한 봄기운이 대지에 가득하다. 작은 언덕을 넘어 가니 골짜기 건너 일본 정원이 내려다 보인다. 산중턱이라고 할 만한 곳에 자리 잡은 일본 전통 가옥 앞으로 계곡에 걸린 구름다리, 계곡 이쪽 편엔 범종각까지. 한 폭의 동양화처럼 섬세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이번엔 중국 정원이다. 호수를 끼고 정자와 누각, 전통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내년까지 마무리할 정원의 크기가 무려 12에이커다. 독지가들이 200만 달러, 300만 달러씩 냈는데, 모두 2400만 달러가 조성됐다는 내용이 안내책자의 첫 머리를 장식하고 있다.

우리도 버젓한 한국 정원을 지어보이겠노라 천명했던 적이 있었지. 슬그머니 부아가 치민다. 2006년부터 인근의 LA카운티 수목원에다 한국정원을 짓겠다던 계획이 9년만인 2014년 말, 수목원 측의 일방적이다시피한 취소 결정으로 창피를 당했던 기억이 되살아나서다.

그동안 십시일반 모았던 38만 여 달러는 설계 등 관련비용을 제하고 나니 10여 만 달러만 남았단다. 언젠가 근사한 한국 정원을 볼 날이 있을까 만은 봄은 봄이다. 화창한 봄기운에 잠시 언짢았던 기분이 훌쩍 날아간다.

이곳은 화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주중에는 23달러, 주말 25달러. 65세 이상 시니어와 학생은 주중 19, 주말 21달러다. 매달 첫째 목요일은 입장료는 받지 않는데, 미리 홈페이지(www.huntington.org)에서 예약해 프린트하면 된다.

▶주소:1151 Oxford Rd., San Mar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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