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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교사의 '지평선']나는 오늘도 나비가 된다

박명희/통합 한국학교 교사

한때 절친한 친구가 두 명 있었다. 그런데 둘이 달라도 어쩜 그렇게 다른지. 한 친구는 성격이 명확하고 확실해서 누군가 결정을 망설이고 있으면 칼같이 판단을 내려준다. 반면 다른 친구는 원만하고 부드러운 성격으로 웬만한 일은 설렁설렁 넘기는 편이다. 마치 커피의 쌉쌀한 뜨거움과 그 위에 얹은 차가운 생크림의 조화 같았다. 늘 불안 불안하던 찰나 기어코 일이 터졌다.

어느 날 작은 일에서 의견인 엇갈려 오해가 생기고 감정의 골이 깊어 다툼이 되더니, 물과 불처럼 어울리지 못하고 미움만 커져 급기야 절교 선언까지 이르렀다. 그 순간이 나비효과와 같았다.

나도 가끔 무심코 내뱉는 말이나 행동이 커다란 실수로 번지는 잘못을 하면서도 되풀이한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면 괜찮지만 잘못된 결과로 돌아오면 그제야 후회하며 마음 아파한다.

특히 아이들을 대하다 보면 이런 경우가 예상찮게 생긴다. 사실 ‘문제 어른, 문제 부모’는 있어도 처음부터 문제 아이는 없다. 아이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고 골치 아프게 한다면 그 아이를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를 어른이 되돌아볼 일이다. 나도 가슴 저미는 경험을 하고서야 깨달았다.



20대 중반에 사범대를 갓 졸업하고 교사로 부임하기 위해 내 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했다.

‘성적은 우수하지만, 할머니와 살고 있음. 편협한 성격으로 교우 관계도 원활한 편은 아님’

주어진 환경이 내 탓도 아닌데 괜스레 우울해졌다. 그리고 앞으로 교사 생활에서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고운 점만 쓰겠다고 다짐하고 또 결심했다.

그러나 막상 교사 생활을 시작하자 이 원칙은 까마득히 잊고 젊은 날의 혈기와 자만심이 더욱 커졌던 것 같다. 어느 날 겉보기에는 부족한 게 없는데 가출을 밥 먹듯이 했다가 며칠 만에 나타난 반 학생을 거침없는 말들로 나무랐다.

한참 뒤… 텅 빈 교실에 단둘이 남아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행동이 ‘새엄마’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순간 아이도 나도 복받치는 설움으로 울어댔고, 그제야 나의 첫 결심을 굳게 세울 수 있었다. 지금도 문득문득 흔하지 않은 그 학생과 같은 성을 가진 학생을 마주하면 그때가 떠올라 마냥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또 한 번 떠오르는 ‘나비효과’, 심리학적으로 나비효과는 작은 일이 원인과 결과가 되어 결국 큰일이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젊은 날 내가 저지른 잘못도 나비효과요, 그 일 하나로 나 자체를 변화시키게 된 것도 나비효과인 셈이다.

긍정적인 나비효과의 경험은 짜릿하고 대가는 솜사탕처럼 달다. 나는 오늘도 인생의 의미 있는 순간을 위해 자그마한 날갯짓을 하는 나비가 된다. 비록 내 날갯짓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누군가 나로 인해 변화를 도전한다면 그게 곧 나비효과 아닐까?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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