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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작품에 '나'는 없어야 합니다"…신덕재 성상 조각가 인터뷰

가톨릭 한인 성상 조각가
이냐시오 관상기도가 원천
성경 읽으면서 질문 던져
말씀 장면 이미지로 형상화


한인 가톨릭 신자 중에는 5년 전 성토마스 한인성당을 비롯한 인근 지역 미국 성당에서 순회 작품 전시회를 가졌던 신덕재 성상 조각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청동으로 만든 8개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하나하나를 오래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약 혹은 구약의 그때 그곳에 자신이 서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운좋게 신작가와 연락이 닿았다. 몬터레이파크에 있는 자택 거실에는 5년 전 전시했던 몇 작품이 그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다. 신작가는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성경의 모습을 형상화했을 때에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작품 하나하나 천천히 감상해야 작가의 의도를 캐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 '네 후손이 별처럼 번성하리라(창세기 22:17)'에는 아브라함이 외아들 이사악을 장작더미 위에 올려놓고 막 칼로 찌르려 하는 손을 천사가 잡고 있다. 뒤쪽 옆에는 아들 대신 번제물로 바치게 될 어린 동물이 매어져 있다. 그 뒤에 커다랗게 하느님이 어린 양을 품에서 내어주는 듯한 포즈로 내려다 보고 서 있다. 자세히 보니 아브라함의 가슴 한가운데가 뻥 뚫렸다. 하느님의 가슴에도 큰 구멍이 나 있다. 작가는 왜 이렇게 했을까. 그것을 생각하며 보는 것이 제대로 된 성상 조각의 감상이라고 했다.

-아브라함의 가슴 한복판이 뻥 뚫린 것은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하느님의 가슴 한가운데에 큰 구멍이 있는 것도 처음 대하는 모습이다.

"이 부분의 성경을 읽으면서 '하느님, 왜 그러셨어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아브라함에게 축복을 내리셨는데 왜 그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도록 하는 엄청난 시련을 허락했을까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지나서 가슴에 들어온 것을 형상화한 것이 이 작품이다. 하느님이 외아들인 예수를 우리에게 보내시는 마음이 아브라함의 뻥 뚫린 가슴이다."

-작품마다 오래 기도하나. 기도는 어떻게 하나.

"딱히 내가 기도를 많이 한다고 할 수도 없다. 나는 동부에 살 때 이냐시오 영성 수련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성경을 읽고 그 장면을 오래 바라봄으로써 자신도 그때 그 장소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수련방법이라고 할까. 나의 작품은 이 같은 과정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이 먼저가 아니란 얘기이다. 관상기도의 결과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작가의 신앙이 표현된다는 뜻인가.

"그렇게 거창하지도 않다. 다만, 나의 작품에는 나는 없어야 한다. 관상을 통해서 얻는 이미지만이 그대로 표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경 내용을 내가 새롭게 만들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필라델피아(프랭클린 민트 회사)에서 25년 동안 조각품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2002년 LA로 오셨다. 그 전에는 성상 조각을 안 하셨나.

"먹고 사느라 못했다(웃음). 이곳에 오니 심심했다. 그래서 집 거라지에서 진흙으로 평소 마음에 있던 성경을 주제로 한 내용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연 발생적이라 할까. 어느 날 동부에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몬시뇰(사제)이 놀러 와서 거라지 구석에 있는 것을 보더니 청동 작품으로 만들라고 하셨다. 그분은 내 설명 없이도 작품을 이해했다. 그분의 도움 없이는 전시회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분은 지난해 돌아가셨다."

-미국엔 언제 오셨나.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69년에 패서디나 디자인대학에서 공부한 후에 동부로 가서 앞서 말한 프랭클린 민트사에서 조각품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은퇴하고 지금 여기에 온 것이다."

-본당은 어디인가.

"우리집 바로 아래에 있는 성 토마스 모어 미국성당에 나간다."

-후에 전시회를 또 가졌나.

"갖지 않았다. 청동 조각은 진흙으로 빚은 후 음각 몰딩, 양각을 차례로 만든 후 다시 세라믹 음각 몰딩을 만들어 그 속에 청동 쇳물을 부어 만드는 비용도 많고 작업량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지는 않는다(웃음). 누구에게 보여야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나.

"이스트 LA 칼리지의 스튜디오에서 세라믹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는 나도 모른다."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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