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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트럼프, 김정은과 햄버거 먹으라

한반도가 불길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인용될지, 기각될지 그게 아니다. 어떻게 판결이 나든 새로운 생태계에서 정치는 생물처럼 꾸역꾸역 생명을 이어갈 것이다. 불길한 건 트럼프 시대를 맞아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스멀스멀 끼고 있다는 점이다.

희대의 국정농단과 탄핵 사태로 온 국민의 정신이 그곳에 쏠려 있어 그런지 아차하면 한반도가 불바다가 될지도 모를 엄중한 환경변화엔 무심해 보인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불거지기 시작한 '대북 선제타격론' 때문이다. 미국 상원이 지난달 31일 이례적으로 북핵 청문회를 연 것이 단초다. 이 자리에서 밥 코커 상원외교위원장은 "북한의 위협은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에 하나다.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고 말해 선제타격론을 테이블에 올렸다.

중앙일보는 "1차 북핵 위기 때 윌리엄 페리 당시 국방장관이 북폭 계획을 준비한 이래 23년 만에 대북 초강경론이 부활했다"고 썼다.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란 북한이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있을 때 미리 타격해 상대의 공격능력을 제거하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공격 징후'가 없더라도 위협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을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이라 부르는데 미국은 두 가지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북 선제타격론은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온 이슈로 그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판이 완전히 다르다. '한다면 한다'를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인 데다 이 내각에서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인물들이 하나같이 강경 매파들이기 때문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들이다.

매티스 장관은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을 포함해 어떤 것도 논의 대상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클 멀린 전 합창의장, 트럼프 대통령도 같은 말을 했다.

이같은 워싱턴의 강경기류에 더해 미국은 북한의 레이더망을 뚫고 핵시설을 표적 타격할 수 있는 수직이착륙 스텔스기 F-35B 전투기 10대를 일본 기지에 전격 배치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전투기 배치가 대북 선제타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선제타격론의 득세와 함께 만에 하나 이같은 구상이 실행으로 옮겨진다면 한반도는 핵무기가 오가는 전면전으로 치달아 폐허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999년 한국 국방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영변 원자로를 타격할 경우 80km 이내 사람들은 20%만 생존하며, 방사능 오염피해는 한반도 전역을 포함하는 1400km까지 이를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지금은 북한의 핵시설이 증강돼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고 이동식 운반수단이 구비돼 정밀타격으로 인한 핵시설 무력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대규모 핵 보복공격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어 파국을 피할 수 없다.

사태가 이렇게 엄중하게 전개되는데도 한국 정치권이나 유력 대선후보들 어느 하나 머리카락 쭈뼛 세우고 비장한 메시지를 내놓는 이가 없으니 개탄스럽다. 핵공격의 분명한 징후가 포착됐다면 선제타격은 의미 있다. 그러나 그저 위협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예방타격은 한반도의 궤멸적 운명을 막기 위해 억제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말도 했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한 이상 트럼프 대통령은 주먹보다는 '전략적 대화'를 먼저 가동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한 역사적 대통령으로 기록되길 진심 바란다.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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