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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 5분 거리에 본사 직영 매장

2개월 사이 '직영 3개나 더'
아모레 가맹점주 매상 30↓
LA한인타운은 총6개 매장
"무책임하게 가맹점 허가 빈발"

"가맹점주들을 말려 죽이려는 거죠. 지금의 아모레를 만들어준 한인들한테 이건 상도덕이 아니잖습니까."

하와이 호놀룰루의 아모레퍼시픽(이하 아모레) 화장품 가맹점 업주 이재열 사장은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30년째 아모레 제품만 팔아온 그는 현지에서 '아모레 아저씨'로 통할 만큼 아모레를 위해 한결같이 뛰었다. 최근 한류 바람이 불면서 'K뷰티' 선두주자인 아모레 제품도 미국에서 호평을 얻으면서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9월 황당한 소식이 들렸다. 그의 매장과 불과 5분 거리에 본사 직영 매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었다. 1개로 끝나지 않았다. 그 후 2개월간 연달아 직영 매장이 3개 더 생겼다. 이 사장은 "직영 개점에 대해 본사에서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면서 "아모레와 30년을 살아온 내게 어떻게 이럴 수 있나"고 불만을 터트렸다.

직영점이 문을 열면서 그는 지난해 매출이 30% 줄었다고 했다. 한때 그의 매장은 미주 전역에서 매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사장의 사연은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급성장에 가려진 그늘의 단면이다. 아모레는 지난해 한국 화장품 업계 최초로 영업 이익 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 매출이 10% 늘었다. 회사는 창사 이래 가장 큰 돈을 벌었지만, 정작 일부 기존 가맹점 업주들은 손해를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4년 기존 가맹점 명칭을 '아리따움(ARITAUM)'으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업주들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LA 가맹점주 A씨는 "한 달 벌어 그달 먹고 사는데 10만~20만 달러의 업그레이드 비용을 당장 어떻게 마련하느냐고 본사에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면서 "회사 방침이니 따라와야 한다는 일방적인 지시나 마찬가지였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아모레측은 본지와 통화에서 "일부 업소에는 사정을 고려해 업그레이드 비용을 지원했다"면서 "또 모든 업소에 2만5000달러 상당의 아크릴 유닛(진열대 일종)도 무상으로 공급했다"며 회사에서 배려를 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가 고려했다는 '사정'은 아모레의 이름으로 장사를 시작한 지 1년 이내인 신규업체들이다.

C씨는 "아리따움으로 전환하면서 초기 투자비용을 또 써야 하는 가맹점주들의 반발을 잠재우려고 어쩔 수 없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모레의 신규 매장 개설 방침에 대해서도 가맹점주들의 반발은 컸다. D씨는 "매장간 거리나 유동인구수 등을 고려한다면 LA한인타운내 6개나 매장이 필요한가"라면서 "기존 업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회사에선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규 매장중 한곳은 아모레 전 직원이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D씨는 "전 직원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의혹까지 제기했다.

또 D씨는 매장 확대 방침에 대해서 '실적 부풀리기'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3년마다 교체되는 미주지사 파견 주재원들이 자기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책임하게 가맹점 허가를 주고 있다"며 "회사는 돈을 벌지 몰라도 가맹점 업주들은 계속 손해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구현 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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