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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언론이 테러 은폐"…또 '가짜뉴스' 싸움

음모론 진원지 '인포워스' 인용
파리테러 포함 78건 명단 발표
언론들 "집중 보도한 사건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 간의 갈등이 점점 더 도를 넘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백악관은 6일 느닷없이 '언론이 적절하게 보도하지 않은 테러사건'이라며 2015년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사건을 포함해 78건의 명단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이날 플로리다주 맥딜 공군기지에 있는 중부사령부를 방문해 가진 연설에서 "언론이 의도적으로 테러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 언론들이 반박 기사를 내자 백악관이 대통령 주장이 맞다며 '적절하게 보도하지 않은 테러사건'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명단에 오른 테러 사건은 78건이다. 그러나 사건 대부분이 전 세계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보도한 사건이란 점에서 언론사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2015년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테러 사건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크게 보도됐고 2015년 1월 프랑스 파리 유대 상점 테러도 같은 시기 벌어졌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함께 전세계 매체가 집중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적절히 보도되지 않은 테러'와는 거리가 멀다. 백악관은 심지어 2015년 11월 127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파리 동시다발 테러사건까지 명단에 넣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적시한 78건의 테러사건 중 서방매체가 보도하지 않은 사건은 상대적으로 파장이 적었던 7개 사건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언론이 테러에 연루돼있는 듯한 표현을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있지도 않았던 '볼링그린 대학살'을 언급하면서 언론이 보도하지 않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테러를 모르고 있다고 주장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의 테러 은폐까지 주장하고 나선 것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정당성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콘웨이 선임고문의 발언 이후 지난 대선 캠페인때 '가짜뉴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보수 인터넷매체 인포워스(Info Wars)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음모론을 주로 취급하는 인포워스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아동성매매에 연루돼 있다는 피자게이트 확산에 앞장섰다. 또 이번 언론의 테러 은폐 주장도 인포워스가 보도한 내용이다.

인포워스는 지난해 7월부터 독일과 미국 언론이 앙겔라 메르켈 정부의 무슬림 수용정책을 지키기 위해 뮌헨 등에서 일어난 테러를 숨기고 보도하지 않았다는 근거없는 보도를 해오고 있다. "스캔들 :매스 미디어가 이슬람 보호를 위해 테러를 숨겨"란 기사를 올렸고, 지난해 12월에는 "가짜 뉴스: 주류 언론이 베를린 이슬람 테러를 은폐하다"란 기사를 실었다.

인포워스는 라디오 쇼 진행자 알렉산더 에머릭 존스가 만든 사이트로 9·11 테러 음모론, 우생학자에 의한 인구감소 계획과 같은 다양한 음모론을 제기한 바 있다. 심지어 9·11테러도 미국 정부와 군산 복합체가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를 이용해 일으킨 자작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콘웨이, 션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이를 인용하는 등 공화당과 보수파 일각에서 인포워스의 영향력은 점점 더 확대되는 추세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끊임없이 '불법 투표'를 운운하는 것도 인포워스의 관련 보도를 근거로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포워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태어나지 않고 외국에서 태어나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일명 '버서' 음모론의 주생산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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