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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 뉴욕의 한국 작가 시리즈

우리의 밝은 미래 : 뉴욕의 한국 작가 시리즈 1 - 이 가경

현수정

#뉴욕의 미술계를 향한 젊은 작가의 도전
뉴욕은 세계의 어떤 도시보다 변화를 수용하는데 긍정적인 곳이며 작가, 기관, 돈이 몰려 있어 여전히 현대미술의 메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국적의 젊은 작가들이 이곳을 발판으로 세계적인 작가로서 입지를 만들기 위해 모여든다. 최근 한국작가들의 움직임을 보면 글로벌 상황에서 뉴욕을 근거로 하여 유럽 등으로 퍼져 나가고 있고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의식하여 국내와의 관계도 지속시키고 있다. 무한경쟁 시대에 작가로서 주목을 받고 작품을 판매하는 이머징 아티스트가 되는 길은 무엇일까? 뉴욕에서 한국 출신 작가의 활동과 이들에 대한 인지도는 어떨까?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인 젊은 작가들의 작품 경향과 뉴욕화단에서 작가로 살아남기 위한 이들이 진지한 노력과 전략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본이 강한 작가: 모범생 같은 이 가경


한국의 밝은 미래를 여는 작가로 첫 시작을 이 가경으로 부터 하려고 한다. 이 가경은 전통적인 미술 영역인 판화를 현대 미술의 매체인 뉴미디어와 연결하는 표현 방식으로 주목을 받은 작가이다. 그녀는 2010년 미국 내 한인 작가 중 일 년에 오직 한 명에게 수상하는 카파(Korea Arts Foundation of America)상을 받았고, 같은 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이 소장되고 소장품이 전시되는 영예를 받았다. 이러한 결실은 유학 후10년동안 성실하게 작가로서 길어온 인생에 대한 소중한 격려였고 확실한 발판을 다져주었다.

하이쿠 중, “홍시여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떫었다는...”처럼 이 가경이 뉴욕에 첫걸음을 내딛을 때만해도 호기심과 강한 열정, 인생에서 풀어야할 과제들이 가진 아직 여린 영혼이었다. 유학 전에 가진 전시의 제목, “가경, 표류하다.” 처럼 그녀에게 유학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도전이었다. 2001년 이 가경은 이미 판화에서 전반적인 테크닉을 습득된 상태(홍익대학교 학부, 대학원 판화 전공)에서 다시 퍼체이스 칼리지 (Purchase College, NY) 대학원 과정에 입학한다. 이 가경 작품의 기초가 되는 판화는 무엇보다 기술이 예술적으로 승화되어야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당시 2000년대 초 미술계는 컴퓨터, 디지털 같은 뉴미디어의 확장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데, 판화 역시 전통적인 방법으로부터 새로운 가능성, 실험들이 추구되던 시기였다. 이 가경은 대학원 과정동안 오직 작업에만 전념하여 기존 판화기법을 뉴미디어와 연결하는 자기 언어 방식을 체득한다.

#플랙시 글래스 판에 시간을 손으로 그리는 노력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는 두꺼운 플랙시 글래스 판 위에 이미지를 그려서 찍고 사포로 지우거나 그 판에 이미지를 덧그려 찍는 과정을 판이 거의 닳아지도록 수백회 반복한다. 그러한 제작 과정은 시간을 손으로 그린 것으로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 가경은 여기서 한 걸음 나가 디지털 작업을 거쳐 판화의 이미지들을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전시장에는 자신의 판화와 영상 이미지를 같이 전시한다. 2003년 졸업을 앞둔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하루 여행> 은 그녀의 이러한 예술적 실험의 첫 결과물이었다. 아이디어, 기계, 기술적 진보도 중요하지만 수행자처럼 단순한 과정에 성심을 다하는 소박하고 진솔한 어법은 그녀의 장점이 된다. 대학원에서 작업의 경험은 젊은 작가에게 어떤 전략보다 오직 작업에 매진해서 작가로서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게 했다. 졸업 후 맥도웰 콜로니, 아트 오마이(Art Omi, New York), 야도(Yaddo) 같은 여러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성장을 모색하는 모범생 같은 작가의 길을 밟아 간다.

“똑같이 우리는 중요하다....”
이 가경의 작품은 보면 선인상에 물 주는 것, 지하철역에 걸어가는 사람,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을 반복하는 이미지 등, 지극히 일상의 단순한 삶이 그려져 있다. 이 가경은 졸업 후 한 여성으로서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데 이 시기에 인생에 가장 힘들었던 일들을 겪게 된다. 첫 애를 난산으로 낳고 디스크로 거의 일년동안 한쪽 다리에 마비가 된 것이다. 어린 딸을 양육해야 하는 책임과 작가로서의 삶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 시기, 이 가경은 아기를 돌보면서 아기침대 옆에 셋팅해놓은 작은 책상에서 그리기 시작했다. 설겆이하고, 절뚝거리면서 아이를 업고, 유모차를 몰고, 그런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작품에 투영했다. 작가란 어떤 거창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엄마로서, 아내로서 의미없어 보이는 일상을 기록하는 것도 작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가경은 말한다. “우리는, TV에 나오고 역사에 기록되는 일들을 하는 유명한 사람들처럼 똑같이 존재하고 있고, 똑같이 우리는 중요하다.... “

자신이 체험한 일상의 반복을 담은 <가족의 초상> , <걸음> 같은 작품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공감이 있다. 작품의 근간으로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을 수용하는 이 가경의 작품에는 <뉴욕의 날들> , <무제- 뉴욕 브루클린 그랜드 아미 플라자. 03. 09> 처럼 전철역 수많은 대중의 움직임이 담담히 포착되어 있다. 바늘 한땀 한땀을 이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나비를 날렸던 우리 할어머니들처럼 하나의 작품에 3백장 이상의 판화 작업을 반복하는 수행자로서 이 가경의 작가의 길도 한 순간 순간을 소중하게 쌓은 것이다. 본질에 강한 작가 이 가경은 무한경쟁 시대에 이머징 아티스트가 되는 것은 진지함과 노력과 사랑이 유효한 것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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