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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동네 보물…'전갈 공원' 하이킹

거대 사암절벽엔'요새 동굴'
'캐슬 피크'는 전망 돋보여

트레일 양쪽으로 깔린 초록 융단이 보리밭을 연상케 한다. 풍성한 겨울비를 한껏 머금은 풀잎들이 산들바람에 잔물결을 이룬다. 모처럼 화창하게 예년 기온을 되찾은 지난 주말, 하이킹을 나섰다. 상쾌한 바람에 새봄의 향기가 실려온다.

은밀하게 숨겨진 보물처럼 동네 주민들만 찾는다는 '엘 에스코피온 파크(El Escorpion Park)'로 길을 잡았다.

얼마 전 아들이 동네 친구들과 함께 다녀왔다는 곳인데, 사진을 보니 동네 하이킹 트레일 치고는 예사롭지가 않았다.

샌퍼낸도 밸리의 서쪽 끝에 자리한 웨스트 힐스에 자리잡은 이곳은 '요새 동굴'을 통과해서 능선으로 이어진 1475피트 높이의 '캐슬 피크'등 짧지만 짜릿한 모험과 장쾌한 파노라마 경관을 동시에 선사하는 코스로 꼽힌다.



트레일 헤드는 도로변에 바로 붙어 있어서 주차를 하고 곧장 산길로 접어든다. 아이들을 데려온 가족, 산악 자전거를 즐기는 중년 남자들, 호젓한 하루를 보내려는 싱글 등 모두 편안한 차림의 동네 주민들이다.

오른쪽 앞으로 수직으로 뾰족하게 솟은 돌 무더기(?)가 오늘 하이킹의 최고봉 캐슬 피크다. 산길 오른쪽으론 개울이 흐르는지 갈대와 버드나무가 무성하다. 15분 만에 길은 세 갈래로 나뉜다.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쇠말뚝이 여러 개 박혀 있고, 건너편에 커다란 오크트리가 우아하다. 알고 보니 이 말뚝이 LA와 벤투라 카운티 경계. 불과 3마일도 안되는 하이킹 동안 두 개의 카운티를 오가는 것이다.

오른쪽 계곡길이 '요새 동굴'로 이어진다. 다시 10여 분만에 동굴 아래 경사 급한 비탈길에 이른다. 거대한 사암 절벽 한 가운데 뱀 눈동자처럼 수직으로 길게 찢어진 동굴 입구가 보인다. 탐험을 마친 일단의 무리가 조심조심 되돌아 나오는데, 아래엔 들어가려는 이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참을 기다려 입구에 붙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 표면에 손 잡을 곳이 적지 않지만, 워낙 경사가 심하니 만만치 않다. 드디어 동굴 속으로 들어섰다. 어둠에 눈이 익자, 양 옆으로 벽감처럼 작은 굴들이 박혀 있는데, 맹금류가 잡아 먹었을 새털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올려다 보니, 적어도 20미터는 돼 보일 천정 곳곳에 비둘기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오랜 세월 침식과 풍화를 거쳐 뚫렸을 천정의 구멍으로 한낮의 햇살이 들어오지만, 어둠 곳곳이 으시시하기만 하다. 공원 이름대로 발밑으로 전갈이 기어다닐 것만 같다.

동네 가까운 곳에 이런 보석같은 동굴이 있었다니, 놀랍다. 다시 돌아 나올 수도 있지만, 동굴 위쪽에 창문처럼 뚫린 곳으로 나갈 수도 있다.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아슬아슬하지만 맨손으로도 충분하다.

절벽 아래로 이어지는 길이 있지만, 동쪽 능선 끝에 오똑하게 선 캐슬 피크를 향해 능선으로 오른다. 능선 곳곳에는 공룡의 등비늘처럼 삐쭉삐쭉한 돌무더기가 날을 세우고 있다.

아슬아슬한 돌탑을 더듬어 드디어 중세 성곽의 뾰족탑, 캐슬 피크에 섰다. 멀리로는 눈 덮인 마운틴 볼디가, 가까이로는 샌퍼낸도 밸리 일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밑으로는 초록 풀밭이 싱그럽게 펼쳐져 있다.

▶가는길:LA에서 101 Fwy 북쪽으로 가다 29번 밸리써클 불러바드에서 내려 북쪽으로 3마일 달려 밴오웬 스트리트에서 좌회전하면 곧 왼쪽에 공원 팻말이 보인다.

▶주소:24501 West Vanowen Street, West Hills


글·사진=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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