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아빠의 감성 터치> 그리움 가득 담은 말 한마디
“명절 준비하느라 이번 주는 바쁠 것 같아”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가족들 목소리에 명절 맞이로 인한 분주함과 설렘이 전해진다. 들뜬 마음이 공유되는 감정은 잠시일 뿐 진한 그리움이 몰려온다.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운 마음, 명절임에도 찾아 뵙지 못하는 죄송함에 깊은 한 숨을 내쉬게 된다.
“그립다” 그리고 “보고싶다”
달라스 한인들 모두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바로 이 마음이 아닐까? 명절이 찾아올 때마다 더 느껴지는 이 그리움의 감정은 해를 지날수록 더 짙어지고 깊어진다. 고향을 떠나 온지 오래된 사람은 오래된 사람대로, 그리고 막 이곳에 정착한 젊은이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그리움이 마음 속 작은 공간 속에 차곡히 담겨지게 되는 것…
작년 연말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달라스 우리 집에 방문하셨다. 아주 길게만 생각했던 두 달의 시간은 어찌나 훌쩍 흘러가는지 누군가가 있던 공간의 풍성함은 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만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한국으로 다시 가시던 그날, 공항에서 집에 오자마자 느껴지는 그 공허함의 느낌은 통제할 수 없는 아쉬움 가득한 감정의 연속이었다. 어머니가 쓰시던 방에서, 함께 식사를 하던 식탁에서, 담소를 나누며 웃던 그 자리에서의 허전함은 마음속에서부터 울려 나오는 깊은 한숨과 침묵으로 달랠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다.
“할미 빠이 아냐”, “할미 보고시포”
두 살 배기 둘째 딸 아라가 가끔 내뱉는 말이 내 심정을 대신 이야기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라가 그 말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도”라고 말하고 아이를 꼭 안아준다. “다음에 할미 보러 꼭 한국 가자”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설날 맞이로 분주한 한국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공항근처를 지나가다 우연히 태양 문양이 그려져 있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조심히 내 마음을 전해본다.
“비행기야 내 부탁 하나 들어줄래. 내가 지금 갈 수 없는 우리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 에게 날아가서 이 말 한마디만 전해줄 수 있을까?”
그 말 한마디는 바로
“사랑해요”
짧은 한마디에 깊은 그리움을 가득 담아 전해본다.
조훈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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