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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다 고독하다, 인정하고 즐겨라"

지구는 고독하다. 매일 바라보는 태양이 항상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물리적 거리는 참으로 아득하다. 책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우주가 얼마나 광대하고 텅 비어 있으며 하나 하나의 별들이 얼마나 외로운 지를 실감나게 설명해준다.

지구가 모래 알갱이 크기라고 가정해보자. 태양의 크기는 얼추 오렌지에 해당한다. 오렌지 옆에 모래 한 톨을 그려보면 지구가 얼마나 작은 지 실감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모래알(지구)과 오렌지(태양)는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대략 6미터다. 6미터 거리를 두고 있는 모래 한 알과 오렌지 하나가 바로 지구와 태양의 관계다.

그 오렌지가 부산역 광장분수대에 놓여 있다고 가정한다면 태양계 8개 행성 중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은 부산역 플랫폼 정도에 위치한다는 것이 부산대 김상욱 교수(물리학)의 설명이다. 태양계 바깥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센타우리'에 도착하려면 일본 홋카이도 북쪽까지 1600킬로미터를 가야 한다. 쉽게 말해 1600킬로미터 이내에는 오렌지(태양) 한 개랑 모래 알갱이(행성) 몇 개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김 교수는 "주변에 무언가 물질이라 부를 만한 것을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기뻐해야 할 일이다.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발견되는 특별한 물질이다. 더구나 수많은 생명체 가운데 나와 같은 종(種)을 만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만 하는 우주론적 이유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그 '고독한' 지구에서 만난 인간들은 그 '우주론적 이유'로 서로 사랑하고 외로움을 달래면서 행복할까. 미래 진단의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본사 칼럼니스트)는 오히려 "우리는 끔찍한 세상에 살고 있고 머잖아 이곳은 더욱 살기 힘든 곳이 될 것"이라는 암울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그의 저서 '언제나 당신이 옳다'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이 처한 여건을 바꾸려 하기보다는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한의 공공서비스를 요구하는 무리들이다. 아탈리는 이런 인간 군상을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로 규정한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지 않고, 체념하며, 속박받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특성을 갖는데 현대인의 군상이 이렇게 변하면서 남들에게 베푸는 것에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겉으론 개인주의가 팽배하지만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역설의 사회라는 것이다.

아탈리는 '체념하고 요구하는 자'들이 득실거리는 세상은 희망이 없으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자기 자신 되기'로 가는 5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자신의 삶에 가해진 속박과 한계를 인식한다, 스스로 존중하고 존중받는다, 고독을 인정하고 아무에게도(심지어 신에게도) 기대하지 않는다, 내 삶의 유일성을 파악한다, 내 참모습을 발견하고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 로 요약된다.

아탈리는 "어떠한 타인도 인간의 조건에서 생긴 고독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해주지 못한다. 나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표현할 수 없다. 필연적인 고독을 인정하고 즐겨야 참 자아를 찾을 수 있다. 당신의 삶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라고 간주하면서 살라"고 조언한다.

'자기 자신 되기'를 통해 타인에게서 벗어나 각자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세상은 창의적이 되고, 그로 인해 서로 도움을 주며, 풍요·평화·인내·자유가 우세해지면서 '살 만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아탈리의 말처럼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말고 고독에 순응하며, '체념하고 요구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찾는 삶을 살 때 고독한 지구에서 '기적처럼' 만난 같은 종 인간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이원영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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