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선 아베, 유럽선 메이…외교 파트너 선택한 트럼프
새정부 글로벌 전략
메이 총리와 27일 첫 정상회담
내달 10일 아베와 회담 조율 중
메이, 블록 해체 등 성향 비슷
'국익 지상주의'끼리 충돌 위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 일본을 지구촌 전략의 교두보로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백악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취임 후 첫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아시아 국가 중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첫 회담을 열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을 다음달 10일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일정을 양국이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는 통상.안보 모두에서 미국의 국익을 심각하게 해치는 블랙리스트 국가의 최우선 순위에 중국을 올렸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는 "중국은 자유무역을 실천하지도 않으면서 말만 많다"며 "악의적인 무역행위를 참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도 "남중국해 인공섬에 중국의 접근을 금지시키겠다"며 무력충돌도 불사할 수 있다는 초강경 입장을 밝혔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아시아 지도자 중 첫 정상회담 상대로 선택한 것은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과 북핵.미사일 문제 대응 관점에서 일본의 전략적 효용성이나 가치를 미국이 여전히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 역시 트럼프 정부의 구상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26일 의회 답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동.남중국해 군사적 진출에 대한 양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5일엔 "방위력을 증강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확대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주일미군 주둔 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할 경우 자체 방위력을 확충해 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합의점을 찾아보겠다는 취지다. 일본 군사대국화 명분을 만들면서 미국의 돈 요구는 물리치는 이중 효과를 노린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일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의 대외정책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유지를 원하고 있다"며 "미.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돈독하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 양국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기후협약 등 오바마 외교 지우기=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를 첫 회담 상대로 정한 데는 두 정상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강한 영국'을 외치며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과 관세동맹 탈퇴를 선언했던 메이 총리와, 다자간 경제블록을 해체하고 개별 국가와 일대일로만 상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외에) 다른 나라들도 EU를 떠날 것"이라며 사실상 EU 해체를 종용했다.
'위대한 미국'을 내건 스트롱맨 트럼프 대통령이나 '강한 영국'을 선언해 '제2의 마거릿 대처'로 간주되는 메이 총리나 강성 스타일은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메이 총리를 내세워 '오바마 외교 지우기'도 노리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난민 수용, 기후변화 대책 공조 등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동맹국인 영국 대신 독일의 주가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간 메르켈 총리를 강경 비난해 왔던 트럼프 시대엔 독일은 오바마 정부와 유착했다는 괘씸죄의 부담을 안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영국과 일본을 국제 외교전의 교두보로 삼았지만 미.영 간, 미.일 간엔 암초들이 여전하다. 1980년대 러시아를 공동의 적으로 삼으며 서구의 수호자로 나섰던 레이건.대처 시대와는 달리 트럼프.메이는 이념 동맹으로 진전되기엔 철학적 기반이 부족하다. 모두 '국익 지상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양국 간 무역 협상과 같은 각론에서 충돌할 여지가 남아 있다.
도쿄.워싱턴=오영환.채병건 특파원 서울=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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