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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준 칼럼] 최순실 사건, 미국이었다면

전 연방하원 의원

지난 연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상대로 한 국회 청문회를 보며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철저하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몇몇 의원들의 질문은 정제되지 못한데다 준비가 부족했고, 그나마 대부분 언론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병우 전 수석은 오히려 기세등등해 보였고, 차라리 이런 청문회는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어쩌면 소수의 보좌진에게 수사를 의뢰할 수밖에 없는 의원들의 한계 때문이다.
그럼 미국은 어떤가?
미국에는 GAO(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이란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의회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수사기관으로 흔히 의회의 감시기구(Congressional Watchdog)로 불린다. 약 3400명의 전문가들이 하루 24시간 쉴틈없이 의회를 위해 감시해주는 기관이다. 우리 국회에도 GAO 같은 전문 조사기관이 있었더라면 더 구체적인 증거물을 확보해 국회 청문회를 훨씬 효과있게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서류 압수수색보다는 함정수사(Sting operation) 같은 과감한 수사로 확실한 증거물을 수집했더라면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이 오리발을 내밀 수 없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은 미국과 다르다. 미국에선 의회의 탄핵 결정이 최종이며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필요 없다. 미국은 양원 제도로 인해 설사 하원에서 3분의 2로 대통령 탄핵을 결의하더라도 상원에서 3분의 2가 모자라면 부결된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로 대통령직을 승계한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바로 그 케이스이고 클린턴 대통령 역시 하원에선 탄핵이 통과되었지만 상원에선 실패했기 때문에 탄핵이 성립되지 못한 케이스다.
그러나 닉슨의 경우는 다르다. 닉슨 대통령은 잘 알려진 대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에 직면하게 되었다. 워터게이트 호텔에 있는 민주당 사무실에 잠입해 몰래 도청장치를 했던 사건에 대해 당시 닉슨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강력히 주장했고, 결국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신문이 끈질기게 파헤치는 바람에 결국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났다. 이에 따라 하원이 탄핵을 결의했고, 상원에 넘어가기 직전 상원의 공화당 원내총무였던 베리 골드워터와 존 로즈 하원의원이 직접 닉슨을 조용히 만나 상원에서도 탄핵이 확실해 보이니 차라리 대통령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강력한 요청을 한 결과 1974년 8월 8일 상원 투표를 앞두고 사임을 선택했다. 이에 의회는 더 이상의 탄핵 절차를 중지했고, 헌법에 따라 당시 제럴드 포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포드는 대통령직에 오른 지 한 달 만인 9월 8일 대통령의 권한으로 닉슨을 사면해 모든 건 깨끗이 끝이 났지만 이 때문에 결국 포드는 1976년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미 카터 후보에게 패배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판결은 국민의 분노가 워낙 거세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어 보인다. 아무리 대통령이 자신은 전혀 잘못한 게 없다 하더라도 대통령이란 직책은 모든 책임을 지는 자리인 만큼(마치 선장이 자기 잘못이 아니라도 가라앉는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하는 것과 같이) 주위 측근들의 잘못을 본인이 몽땅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결코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하지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대신 책임을 지고 헌재의 판결이 나기 전에 명예롭게 자진사퇴를 하는 것이 나라의 혼란을 막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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