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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HereToStay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나는 아주 어릴 때 미국에 왔다. 그리고 미국을 나의 '홈'으로 생각한다. 나는 서류미비자다. 하지만 변명할 생각도 없고 두렵지도 않다. 나는 여기에 남는다(I'm Here to Stay)."

지난 14일 워싱턴DC의 한 교회에서 열린 이민자 권익 집회에서 한인 청년 맥스 김씨가 한 연설이다. 19살인 그는 6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왔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주 애난데일에 사는 그는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불체자를 모두 추방시키겠다고 공약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일주일 앞두고 백악관 코앞에서 연설을 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행된 '불체청년 추방유예(DACA)'를 신청하고 허가를 받았다.

집회에는 미 전역 63개 도시에서 2500여 명이 참가했다. 한인사회에서는 뉴욕의 민권센터와 LA와 시카고 등에서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 관계자들이 먼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왔다. 행사장에서는 김씨의 말처럼 "Here to Stay"라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현재 트위터에서는 '#HereToStay'라는 해시태그로 이민자들의 함성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민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규탄 세력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는 여러 세력들과 굳건히 연대하고 있다. 14일 집회가 열린 교회는 유서 깊은 장소다. 워싱턴포스트는 노예제 폐지에 앞장선 흑인 인권 운동가 프레더릭 더글라스가 100여 년 전 "가장 겸손한 시민의 권리도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시민들의 권리와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연설했던 역사적인 메트로폴리탄 아프리칸 감리교 성공회 교회에 이민자들이 모여 두려움을 떨치고 축제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집회에서는 교회의 윌리엄 라마 목사가 참가자들을 환영했다. 하워드대학 흑인 학생 찬양대가 나와 이민자들의 힘을 북돋우는 노래를 불렀다. 동성애단체 '인권캠페인'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원 삭감 위협을 받고 있는 여성단체 '플랜드 패런트후드' 대표가 나와 이민사회와의 연대를 약속했다. 회원이 240만 명인 초대형 환경보호단체 시에라클럽도 참여해 "우리도 이민자와 함께한다"는 피켓을 들고 힘을 보탰다. 물론 이민사회의 가장 큰 세력인 히스패닉 단체들이 대거 참가해 '시세 푸에레(Yes, We Can.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연방의원들도 함께했다. 메릴랜드주 연방상원의원 크리스 밴 홀렌과 일리노이주 연방하원의원 루이스 구티에레즈가 참가해 이민자들과 함께 트럼프 정권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홀렌 상원의원은 "우리는 트럼프 또는 그 누구라도 미국에서 사회정의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연설했다.

1996년이었다. 민권센터와 NAKASEC은 전국의 이민자 권익 캠페인에 한인단체로는 처음으로 가담했다. 20년이 흘렀다. 민권센터는 뉴욕에서만 1000여 명이 넘는 한인 젊은이들의 '불체청년 추방유예(DACA)' 신청과 갱신을 도왔다. DACA의 혜택을 받는 청년들은 미 전역 75만여 명이다. 이 중 한인도 1만5000여 명이다. 20대 안팎의 그들은 민권센터가 권익운동을 시작했을 1990년대 중반에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어린 아기들이었다. 우리는 이들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드리머'라고 부른다. 이제는 드리머들이 추방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권익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행사가 끝난 뒤 모두가 같은 마음인 드리머들은 반갑게 인사를 하며 서로를 격려했다. 전국 곳곳에서 달려온 이들에게는 같은 꿈이 있다. 이들의 꿈을 그렇게 짓밟고 싶은가? 하지만 이들은 아무리 밟혀도 절대 죽지 않을 힘을 키우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남는다. #HereToSt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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