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오바마"…백악관 8년 "미국에 자부심 갖게 해준 지도자"
10일 시카고서 고별연설
1. 오바마 케어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정책은 오바마케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이었다. 공화당의 거센 반대와 민간 보험사의 로비 등 우여곡절을 겪은 오바마케어는 2010년 3월21일 하원에서 찬성 219표 대 반대 212표로 통과됐고 이틀 뒤 오바마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며 본격 시행됐다.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중산층의 보험료 급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나 오바마케어 시행 이후 미국인 2100만명이 건강보험을 갖게 됐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집권 후 오바마케어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 폐기법안이 올라와있다. 사진은 2010년 3월23일 오바마케어 법안에 서명하는 오바마 대통령.
2. 오사마 빈라덴 암살
2011년 5월1일,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인 '넵튠의 창'을 벌인다.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하고, 해군의 네이비실이 수행한 이 작전은 대원들의 헬멧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직접 백악관으로 생중계됐다. 작전 며칠 뒤, 당시 백악관 상황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상황실의 가운데 자리가 아니라 구석에 놓인 접이식 의자에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작전 화면을 바라보고 있고 가운데에 놓인 '대통령용' 의자에는 마셜 웹 합동특수전사령부 부사령관이 앉아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이 사진은 실무자에게 가장 중요한 권한을 부여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십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3. 페미니스트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7월4일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군인 가족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날 18세 생일을 맞은 큰 딸 말리아를 껴안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딸들에 대한 사랑이 지극해 여성잡지 글래머에 딸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더불어 남성들이 성차별에 대항하고 더 평등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을 촉구하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페미니스트 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퓰리처상을 받은 전기 작가 존 미챔 등 유명 여성인사 4명은 지난해 10월 미셸 여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수많은 대통령 부부를 봤지만 이렇게 서로를 동료로서 존중하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며 "가정의 민주주의가 사회에서의 민주주의 정착의 첫 걸음임을 보여주는 예"라며 감사인사를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모범적인 아버지이나 남편의 모습을 가장 큰 오바마 레거시 중 하나로 꼽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유난히 인기를 끌었는데 백악관 직원 자녀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아이의 공격에 장단을 맞춰주는 모습, 병원놀이를 하는 아이 앞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기꺼이 환자가 되어주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4. 쿠바와 국교 정상화
오바마 대통령 임기 중 최대 외교적 성과는 54년 만에 쿠바와 국교를 정상화하고 이란과의 핵협상을 타결한 것이다.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은 2015년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로 이어지면서 36년간 숙적이었던 미·이란 관계는 화해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이란은 핵 활동을 축소·동결하고, 미국을 비롯한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은 이란의 핵 활동과 관련해 기존의 제재 일부를 해제하고 신규 제재조처를 부과하지 않는 내용으로 '이란 핵 협상'은 적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외교적 협상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전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오바마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88년 만에 쿠바를 방문해 냉전의 장벽을 허물었고 현재 미국 민항기들이 직항으로 쿠바 수도 아바나 공항에 출항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역사에 남은 갈등의 상처를 봉합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지만 이 역시 트럼프 차기 정부에서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016년 3월21일 라울 카스트로(오른쪽)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수도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그의 왼팔을 들어 올리는 모습.
5. 끝내 이루지 못한 총기규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는 모든 순간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다."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이 발표된 2016년 1월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사고로 숨진 희생자들을 언급하다 결국 눈물을 보였다. 2011년 21명의 사상자를 낳은 애리조나 총기난사를 시작으로,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2014년 샌타바버라 총기난사, 2015년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 교회와 샌버나디노 총기 난사, 2016년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난사 등 오바마 임기 중에는 대형 총기사고가 유난히 많이 발생했다. 비슷한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오바마 대통령은 총기 사용에 대한 더욱 엄격한 규제를 촉구했지만, 전미총기협회(NRA)를 비롯한 총기 이익단체들의 막대한 로비로 인해 총기규제는 여전히 난망하기만 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중 가장 마음아팠던 순간으로 샌디훅 총기난사로 초등학생 20명이 사망했다는 보고를 받은 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복례 기자 shin.bongly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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