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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자의 정치, 트럼프 강력무기 '트위터'

정치·경제 등 전방위 영향력
트윗으로 대북 경고도
한국 외교부 전담 직원까지

오는 20일 취임식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 발언 하나하나가 시장과 기업 정책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기간에도 무분별하면서도 기만적인 트윗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 모은 트럼프 당선인의 트윗은 이제 단순한 '막말'과 '수다'가 아닌 세상을 흔들 정도의 위력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만 해도 트럼프 당선인이 트위터라는 '확성기'를 통해 무심해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직설적인 말을 할 때마다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트럼프의 트윗 공세는 이미 자동차 업계를 강타했다. 그는 지난 3일 오전 7시30분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제네럴모터스(GM)가 멕시코에서 만든 '셰비 크루즈'를 국경넘어 미국 내 판매점에 보낼 때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GM은) 미국에서 (자동차를)만들든가, 아니면 많은 국경 세금을 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 발언은 1만8000건의 리트윗을 통해 큰 물결을 일으켰다. GM에 대한 구글 검색은 200%나 급증했고, GM 주가 역시 순식간에 0.7%나 떨어졌다.

트럼프의 이 발언이 미국 기업이 멕시코나 중국 등 해외 생산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그의 공약을 다시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GM 이사들은 즉시 반응했고 트럼프 트윗이 나온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오전 9시10분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셰보레 크루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GM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공장과 더불어 멕시코 라모스아리즈페 지역에 있는 생산 시설을 활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인 GM의 경영 결정을 트럼프가 트윗 하나로 바꾼 셈이다. 트럼프는 트윗을 통해 GM뿐만 아니라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 도요타 등에 압박을 가해 모두 굴복시켰다.

트럼프는 이 밖에도 러시아 해킹 이슈와 심지어 본인이 제작한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의 진행을 맡은 아놀드 슈워제너거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비난하는 등 쉴세 없는 트윗으로 경제와 정치, 엔터테인먼트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의 심복인 코리 르완도스키 전 선대본부장은 트위터는 트럼프가 가진 "매우 강력한 무기"라며 "고작 140개 글자만으로 '포츈 100대 기업'의 방향성을 바꾸고 세계 지도자들과 정부기관들에게 통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르완도스키는 "트럼프 당선인의 트위터 계정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불리 펄핏(Bully Pulpit.여론주도력)'"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트럼프는 지난 2일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를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전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한 데 대한 트럼프의 반응이었다. "it won't happen!"(그런 일은 없을걸!) 이 트윗은 이틀 만에 약 2만5200회 리트윗됐고, 약 8만6000명의 팔로어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트럼프가 트윗을 남긴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5시5분. 외신도 이를 타전했고, 외교부는 이날 오후 2시 트럼프의 메시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올린 건 세 단어였지만, 정부 입장은 514자에 이르렀다. 한국 정부측은 "트럼프 당선인의 트위터 메시지는 대통령 당선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당선인이 명시적으로 처음 언급한 것으로서 의미를 가지며, 특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ICBM 등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분명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처럼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교부 실무자들은 트럼프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며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과의 인맥 형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북미국은 트럼프의 트윗을 전담하는 직원까지 따로 뒀다.

트럼프는 예전에도 중대 사안을 발표하면서 트위터를 적극 활용했다.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으로 선택했을 때(지난해 12월 13일)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수중드론을 나포한 뒤 반환하려 하자 "그냥 가지라고 해라"(12월 17일)며 보복조치를 시사한 것도 역시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트럼프는 필요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트윗을 남기고, 140자로 모자랄 경우 4~5개를 잇따라 보내는 '폭탄 트윗'도 마다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트위터 활용은 기존 언론매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할 인사를 만났던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선거기간 중 유력 매체들이 트럼프 캠프를 제대로 취재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왜곡해서 보도했다는 불만이 크더라. 그래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를 활용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상대방의 의도를 떠보고 레버리지를 찾는, 기존에 해 오던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트위터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며 "다만 트위터에는 구체적인 정책 내용 등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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