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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칼럼] 처음이 중요하다

새해가 되면 비록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새로 다짐을 하며 무엇인가 해보려 한다.

처음으로 아이가 더듬거리며 맘마나 엄마라고 했을때 진심으로 기뻐하던 때를 떠올린다. 말문이 트여 병아리 같은 목소리로 보는것 마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했을때 처음에는 얼마나 정성껏 대답을 해주었던가.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뭐가 그리 따지는게 많냐며 입을 막고, 그냥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라 하면서 어른 맘대로 결정하고 질문에 대한 답은 사라진다. 어린이나 청소년이 누군가에게 정말 궁금해서 질문을 했을 때의 대답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산수에서 수학으로 고급진 이름으로 바뀐 중학교에서 인수분해와 함수라는걸 배우게 되었다. 왜 x와 y가 들어간 공식이 필요한지 계속 모르겠다고 질문을 했더니, 수학은 그냥 공식에 집어넣어서 푸는거라고 구박을 한다. 그 뒤로는 수학이나 과학같이 공식이 들어간 교과는 흥미를 잃어 점수는 바닥을 치게 되었고, 남녀공학을 꿈꾸었던 나는 수학의 비중이 적은 여자사범대로 진학하고 국어와 한문교사가 되었다.

톰과 메리를 처음 만나는 영어 공책은 음악 공책 오선지와 거의 같았다. 영어 알파벳은 인쇄체와 필기체가 왜 다른지 모르겠고, 가나다라 같이 확실하게 발음을 안하고, 때로는 소리를 생략하고, 혀를 도르르 말아서 하라는 발음기호가 이해가 안돼서 질문을 하는 나와는 달리 어느새 친구들은 발음기호에 맞춰 단어를 읽기 시작한다. 나는 그 뒤로 영어는 좋아하지만 발음은 엉망인 반푼수가 되어서 되도록 알아 듣기만 했는데, 어느 날부터 미국에서 영어로 말하며 살아 가게 되었다.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수학공식이 왜 생기는지를, 왜 영어발음기호를 외워야 하는지를 다정하게 설명해 주었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처음 배우고 가르치는 이의 역활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나이가 어리고 저학년일수록 경험은 많지만 처음의 눈높이에서 받아주는 담임교사들을 배치하는 건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한글을 깨우친 후에는 만화로 시작하여, 야한 주간지, 문학지까지 닥치는 대로 읽기를 좋아하던 나는 머리속에 떠오르는 온갖 멋진 문장을 이리저리 표절해서 숙제를 해갔다. 내 글을 읽은 국어선생님은 빙그시 웃으면서 책을 많이 읽어서 글의 깊이가 있다며, 거기에 내 생각을 조금만 보태서 다시 써보라고 칭찬을 해주셨다. 그 뒤로 미친듯이 글을 쓰다 어느해인가 학원이라는 청소년 잡지에 ‘분홍신’이라는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않는 유치찬란한 단편소설이 실렸을 때 나는 박완서나 최인호보다 잘 쓰는 작가가 되리라 확신하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도 아직도 해마다 신춘문예 공모를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레고, 틈틈히 글쓰는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우리가 해주는 한마디의 대답이 상대방이 호기심이 생겨서 묻는 첫 질문이라면 어찌할 것인가? 그동안 함부로 내뱉은 말들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올해부터라도 누군가가 무엇을 묻는다면 한 번만 더 생각하고 말하리라 결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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