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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트럼프 트위터 챙겨라, 전담 직원까지 둔 한국 외교부

언론 불신 큰 트럼프 'SNS 외교'
"북핵 ICBM 도발? 그럴 일 없을걸"
트윗으로 직접 대북 경고 메시지

"상대 떠보는 트럼프식 협상 스타일"
전문가 "다양한 시나리오 대비해야"


역대 미국 정상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가 언론을 통해 공식 발표할 만한 사안들이 순식간에 트윗으로 날아온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트위터 외교'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북핵 문제에 대한 견해를 트위터(사진)를 통해 밝혔다. 전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을 타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한 데 대한 트럼프의 반응이었다. "it won't happen!"(그런 일은 없을 걸!) 이 트윗은 이틀 만에 약 2만5200회 리트윗됐고, 약 8만6000명의 팔로어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트럼프가 트윗을 남긴 시간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5시5분. 외신도 이를 타전했고, 외교부도 곧 트럼프의 메시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란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한국 정부는 트럼프가 직접 생각을 밝히길 기다리던 터였다. 트럼프의 트윗이 워싱턴에 있는 주미 한국 대사관의 외교전문보다도 빨랐기에 서울 외교부 당국자들은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 사안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오후 2시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정리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올린 건 세 단어였지만, 정부 입장은 514자에 이르렀다. "트럼프 당선인의 트위터 메시지는 대통령 당선 이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당선인이 명시적으로 처음 언급한 것으로서 의미를 가지며, 특히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ICBM 등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분명한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상반기 도발 가능성 및 대처 방안을 설명하면서 트럼프의 트위터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당선 이후 외교부 실무자들은 트럼프의 트위터를 팔로우하며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과의 인맥 형성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북미국은 트럼프의 트윗을 전담하는 직원까지 따로 뒀다. 윤 장관은 트위터를 하진 않지만 트럼프가 주요 정책 관련 사안을 트윗할 경우 곧바로 보고를 받는다.

트럼프는 예전에도 중대 사안을 발표하면서 트위터를 적극 활용했다.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으로 선택했을 때(지난해 12월 13일)가 대표적이다. 중국이 미국의 수중드론을 나포한 뒤 반환하려 하자 "그냥 가지라고 해라"(지난해 12월 17일)며 보복조치를 시사한 것도 역시 트위터를 통해서였다. 트럼프는 필요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트윗을 남기고, 140자로 모자랄 경우 4~5개를 잇따라 보내는 '폭탄 트윗'도 마다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트위터 활용은 기존 언론매체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할 인사를 만났던 정부의 한 당국자는 "선거기간 중 유력 매체들이 트럼프 캠프를 제대로 취재하지도 않고, 하더라도 왜곡해서 보도했다는 불만이 크더라. 그래서 유권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트위터를 활용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상대방의 의도를 떠보고 레버리지를 찾는, 기존에 해 오던 트럼프의 협상 스타일이 트위터에도 그대로 반영돼 있다"며 "다만 트위터에는 구체적인 정책 내용 등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여러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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