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맥 세상] 5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다시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계절에 "아, 또 한 살을 먹는구나"하면서 나이를 생각합니다. 나이가 차곡차곡 쌓이면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큰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올해도 별로 남긴 것 없이 시간만 축냈구나, 이런저런 회심(悔心)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그런 마음이 드니 다음 연말에는 이런 아쉬움을 갖지 않겠다며 결심을 세웁니다. 운동하자, 공부하자, 여행하자, 자격증 따자, 담배 끊자…. 많은 결심들이 세워지지만 만족스러운 결실을 낳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대체로 사람 사는 것이 그러하니 후회하고 결심하고 또 후회하는 일이 반복되고 쌓인 나이를 꼽아보며 씁쓸하게 웃음짓는 자아를 발견하는 것은 아닐까요.
독일의 영성 저술가 도리스 이딩이 쓴 책 '오늘이 마지막이라면'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습니다.
어느 날 밤 한 노인이 손전등을 들고 집 밖에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이웃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정원에서 집 열쇠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웃사람은 "여기는 정원이 아닌데 왜 여기서 손전등을 들고 열쇠를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여기가 더 밝아서요"라고 답했다. 정원에서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단지 밝은 곳이라는 '허상'을 좇아 헤매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저자는 '지금의 삶'을 강조합니다. "소망이나 근심 때문에 과거나 미래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항상 보다 나은 내일을 소망하는 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들과 함께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의 초점을 과거와 미래에 맞추고 있는 한, 우리 안에 내재하고 있는, 시공을 초월한 그 무엇과 교감할 수 없다. 과거와 미래에서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한, 우리는 잘못된 장소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그 노인과 다를 게 없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잘못된 장소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믿으며 끝도 없이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믿음과 확신이 중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본질을 벗어난 잘못된 허상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항상 성찰이 필요합니다.
저자의 이야기를 더 들려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과거와 미래, 그리고 다른 사람에 대한 불편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중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관심과 의식을 지금 이 순간에 점점 더 자각적으로 집중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번뇌의 사슬을 끊고 완전한 충만에 이르는 길은, 지금 이 순간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고 나면 우리가 5년을 더 살든, 50년을 더 살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된다."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꿈꾸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지금을 학대하고, 가진 것에 불만족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소원하게 대한다면 결국 '현재'를 잃어버린 삶이 된다는 교훈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지금을 사는 삶만이 진짜 삶이고 그런 삶을 산다면 나이들어가는 것의 초조함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를 사는 삶의 기본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귀한 존재라는 것을 자각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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