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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맥 세상] 최순실 '찬가'

이원영/편집디지털국장

어둠이 있으면 밝음이 있듯, 대한민국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희망을 읽는다.

지금은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목도하면서 한숨과 분노가 온통 지배하고 있지만 그 암울한 역사의 페이지를 넘기면 더 살 만한 세상이 올 것이란 역설적 기대가 커진다.

최순실 게이트라는 험로를 관통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면 온 국민, 특히 젊은이들의 정치적 각성을 꼽겠다. 교실에 묶여 사생결단 공부에만 매달리고, 엄혹한 취업난에 딴 생각할 겨를이 없이 오로지 개인의 '생존문제'에 급급했던 젊은이들이 대거 거리로 나왔고,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어른들이 저지른 불의함이 무엇인지, 다음 세상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을 구했다.

개인주의에 매몰되고 공동체 의식이 미약했던 청년들이 사회.정치적 이슈에 눈을 뜨고 어른들의 행태를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다음 선거부터 던질 표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정치를 방관하고 외면했던 젊은이들은 대거 투표장으로 나가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줄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각성한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나가면 정치는 달라진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소위 기득권층이라는 사람들의 추악한 본질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도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업적이라면 업적이다.

돈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양심도 서슴없이 팔 수 있고 공정한 루트가 아닌 은밀한 동굴에서 밀거래를 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즐기는 부패 기득권층의 민낯을 분명하게 목도했다.

국민들을 위해 나눠져야 할 재물들이 개인의 잇속으로 챙겨졌고, 국민들을 위해 헌신해야 할 공직자들은 오로지 자신의 자리와 이권에 눈이 멀어 비선의 충견이 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국민들은 그들의 본성을 깨달았다.

돈과 권력을 가진 부패한 기득권층에 대한 감시와 단죄는 더욱 엄격해질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그들의 축제는 이전같지 않을 것이다.

분단 70년을 관통하며 지긋지긋하게 국민들을 양분시켜온 보수.진보의 이념주의 시대가 종언될 수 있다는 희망도 생겼다. 최순실이 역설적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뤄냈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이슈가 이번처럼 보수.진보 대립없이 거대한 공동화를 이룬 적은 없었다. 국민들이 이념주의를 벗어나 '부정의에 대한 공분'으로 하나가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녹슨 보수.진보가 끼어들 여지는 없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할 이념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정의와 공공성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 정의로운 가치 앞에 편가르기 이념논쟁은 하찮기 그지없음을 국민들은 이제 깨우친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돈과 권력이 가치의 중심이 되는 물신주의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주었다. 사람들이 의식과 주체성을 상실한 채 속물사회의 무한경쟁에 끝도 없이 매몰되고 정신이 피폐해지는 '자살률 세계 1위' 나라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그렇기에 이번 사태로 모아진 국민들의 함성을 '앙시앵 레짐(구체제)'을 타파하고 새로운 사회 질서와 가치관을 세우라는 명령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물신이 지배하고 정신이 고갈된 사람들이 사는 그곳은 껍데기 사회다. 정의가 실현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살아있고 공동체 가치가 우선되는 그런 사회가 구성원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최순실은 어쩌면 한국사회가 왜 '헬조선'이 되었고,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 은인인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단어를 빌려 맺는다. '혼이 비정상'인 나라에서 정의로운 세상을 간절히 원한다면 '우주의 기운'이 대한민국을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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