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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자녀의 고민과 아픔 누가 돌봐주나?"

교계 지원 없는 선교사 자녀들
한인교계내 400~500명 추산
재정문제ㆍ문화차이ㆍ정체성 고민
선교사 자녀끼리 서로 돕는 수준

한인교계 선교 역사 오래되면서
선교사 자녀 지원 문제 마련해야


장하라(21·템플대학)양은 11세 때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캄보디아로 떠났다.

어린 나이에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었다. 100도가 넘는 덥하고 습한 날씨, 정전과 단수는 일상이 됐다. 어떤 날은 샴푸로 머리를 감다가 물이 끊겨 애를 먹은 기억도 있다.

열악한 환경과 타문화 속에서 어린 하라양은 심적으로도 주눅이 들었다.



"처음엔 현지 학교에서 한국인은 나랑 동생뿐이었습니다. 이후에 미션스쿨로 갔는데 언어도 힘들었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힘들었어요. 혼자 조용한 곳에서 많이 울었죠".

하라양은 너무나 한국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수년 만에 나간 한국 역시 하라양이 생각하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또래 아이들과 생각하는 게 많이 달랐고 비속어에 익숙한 한국의 아이들의 언어에 적응이 안 됐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어떤 문화에도 적응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다. 선교지로 자신을 데리고 간 부모님이 싫었고, 신앙적으로도 힘들었다.

그때 하라양은 선교사 자녀들이 모인 수련회에서 자신이 안고 있는 고민과 슬픔을 모두 털어놓았다.

"기도하면서 내가 겪은 고통도 하나님 앞에서 목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의 아픔처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러면서 청소년 상담가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가난하고 소외된 영혼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내 꿈이 됐죠."

하라양은 그때부터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했다. 대학 진학에 있어 성적은 좋았지만 재정적인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라양은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 가운데 자신의 인생이 인도받는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

"내 삶 속에는 환경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업 앤 다운(up and down)'이 있었지만 나는 선교사 자녀라는 것이 참 기쁘고 행복하고 감사해요. 나와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선교사 자녀 모두가 나에게 역사하신 동일하고 신실한 하나님을 만나길 기도합니다"

교계에서는 선교사 자녀를 'MK(Missionary Kid)'로 일컫는다.

위에 고백은 MK인 장하라 양의 간증이다. 선교사 자녀가 이국 땅에서 겪는 문화적, 정서적, 현실적 어려움 등을 엿볼 수 있다.

한국선교연구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한인 선교사 자녀 수는 1만7432명(175개국)이다. 미주에는 약 400~500명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선교연구원의 '선교사 멤버케어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선교사가 겪는 재정적 어려움의 원인으로는 '자녀 학비(36.4%)'가 가장 많았다. 대부분의 선교사는 자녀 학비를 주로 장학금(36%) 또는 홈스쿨링(10.6%)에 의존하고 있었다.

부모는 늘 자식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한국선교원은 한인 선교사 170명을 선정, 심층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선교지에서 경험한 가장 큰 위기를 물은 결과 '자녀와의 관계 및 교육에 대한 부분'(42명)을 꼽기도 했다.

미주 한인교계의 경우 선교사 자녀를 후원하는 모임은 거의 없다. 남가주 지역에는 선교사 자녀 장학금 지원 단체인 '엠코밋(mKommit)' 정도가 유일하게 활동중이다.

한인세계선교사회(KWMF) 김정한 사무총장은 "올해 선교사들 사이에서 특히 MK들이 아프거나 사고를 당한 사례가 많아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며 "물론 선교사들끼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기도도 해줬지만, 실제 교계에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남가주 지역에서는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8차 한인세계선교대회'가 열렸다. 선교와 관련된 모든 것을 나누는 이 대회에서는 선교사 자녀에 대한 이슈와 지원 방안이 화두가 됐다.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한기홍 목사(은혜한인교회)는 "당장 선교지역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까 선교사 자녀까지 돌보는 게 부족한 게 사실이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지역 교회들이 연계해서 선교사 자녀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주류 교계의 지원방식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인 2세 사역을 담당하는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미국 교회들은 한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기까지 신학적 공부는 물론이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상당히 체계적인 준비를 거쳐 지원을 받게 되는데 한인교계는 이 부분이 매우 약하다"며 "미국 교회들은 선교사의 은퇴 후의 삶과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까지 탄탄하게 지원해주기 때문에 선교사가 전적으로 마음 편하게 헌신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지역 한 선교사는 "한인교계의 선교 역사가 이제 반세기가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은퇴를 앞둔 1세대 선교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선교사 자녀의 문제 역시 새로운 화두가 될 것"이라며 "더구나 국제화 시대 속에서 글로벌 시각을 갖춘 MK들을 교계가 어떻게 기독교 인재로 양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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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계의 도움 절실합니다"

선교사 자녀 장학금 지원단체 '엠코밋'
장학금 모금 목표 1만5000달러


엠코밋(mKommit)은 남가주 유일의 선교사 자녀를 지원하는 장학 단체다. 벌써 4년째 엠코밋을 통해 수많은 MK들을 장학금으로 지원해왔다. 엠코밋은 선교사 자녀들의 모임인 ‘엠카이노스(mKainos)’와 함께 운영된다.

이 단체 역시 선교사 자녀들이 만들었다. 즉, 선배가 후배를 영적, 재정적으로 끌어주고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선교사 자녀들은 엠카이노스와 엠코밋을 통해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수련회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다. 매년 미 전역에서 100여 명의 MK들이 참석한다.

이번 수련회는 오는 12월27~30일까지 말리부 지역 힐탑 센터에서 열린다.
특히 엠카이노스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기 때문에 더욱 뜻깊은 수련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엠카이노스를 담당하는 신상원 목사(디사이플교회) 역시 MK다.
신상원 목사는 “올해는 엠카이노스가 10년째를 맞는 만큼 이번 수련회는 엠카이노스의 선교적 사명이 더욱 구체화되는 계기가 되고 여러 MK들과 함께 이 부분을 고민하고 논의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또 세계 각국에 MK들을 돕는 단체들이 많은데 우리가 그 네트워크를 서로 잇고 연합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엠카이노스와 엠코밋은 한인교계에 장학금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올해 장학금 목표는 1만5000달러다.
신 목사는 “그동안 엠코밋을 통해 경험한 하나님의 베푸심과 나누게 하심은 우리 모두의 간증”이라며 “이 일은 우리만 할 수 없다. 여기에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교계의 관심과 기도, 참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엠코밋은 비영리선교단체인 GP선교회와 협력하며 온라인(www.youcaring.com/2016mkommit)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다. 또는 체크에 ‘Global Partners’라고 적은 뒤(메모난에는 ‘MK Scholarship) 우편(P.O Box 75459, LA,. CA 90075)으로 후원금을 보내면 된다.

한편, 선교사 자녀라면 누구나 엠코밋 장학금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자는 ▶학교 생활을 하며 얻게 되는 은혜를 비디오 영상으로 제작하거나 ▶선교지에 있는 부모에게 쓴 편지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지급된다.

▶도움문의:(714) 868-6641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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