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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박 대통령이 사수해야 할 '방어막'

4년 전 이맘때 한국에 있었다. 체류 기간에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선거 당일 몇몇 친구를 만났다. 당연히 화제의 중심은 선거였다. 그런데 아직 투표가 진행 중임에도 '박근혜 후보의 승리'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연민 표심'을 꼽았다. "안됐잖아, 한번 밀어줘야지"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대거 투표소로 향했다는 것이다. 정책이나 인물 검증 같은 합리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지 않은 선거가 됐다는 얘기처럼 들렸다.

그렇게 당선된 대통령은 불과 4년 만에 "당장 물러나라"는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시점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기 때문이다. 이제 직무 정지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만을 기다려야 하는 '식물 대통령'이 됐다. 사실 형식은 국회 탄핵이지만 내용은 민심으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이다. 이번에는 '연민의 구원자'들도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이렇게 또 한명의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개인적 불행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주요 검색 사이트에 '한국(Korea 또는 South Korea)'을 입력해 보면 탄핵, 스캔들 관련 내용들이 윗부분을 차지한다. 지금 해외에서도 한국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라는 의미다.

그런데 더 우려되는 것은 그 내용이다. 주요 언론들은 한결같이 이번 사태의 키워드로 부패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 광신교적 요소 등을 꼽고 있다. 하나같이 독재정권이나 후진국형 스캔들의 단골 메뉴다. 재벌 회장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참석해 쩔쩔매는 모습에선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인터넷 강국, 한류를 자랑했던 것이 멋쩍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비아그라 관련 내용이었다. 청와대에서 다량의 비아그라를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자 잠잠했던 매체들까지 가세했다. 독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가십거리로 더 없이 좋은 소재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비아그라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까지 달았고 독자들의 조롱섞인 댓글도 올라왔다. '고산병 치료용'이라는 청와대의 해명 따위는 먹히지도 않았다. 이쯤되면 비아그라 제조사는 박 대통령에게 감사장이라도 줘야 할 판이다. 엄청난 간접 홍보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들여 다져놓았던 국가 브랜드가 한순간에 큰 손상을 입고 말았다. 앞으로 그 후폭풍이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도 국민들은 애써 희망을 보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이런 심리는 요즘 소셜미디어와 메신저 서비스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풍자에서도 드러난다. 탄핵 표결 결과가 '기권 1, 찬성 234, 반대 56, 무효 7'로 나오자 '1234567' 숫자를 다 담았다며 '우주의 기운이 담긴 표결 결과'라는 것이다. 웃자고 만든 얘기지만 민심은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탄핵 정국 초기 일부에서 대통령의 방어막 전략을 제기한 바 있다. 국회 탄핵 절차를 1차 방어막으로,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헌재의 탄핵심판 과정을 2차 방어막으로 삼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미 1차 방어막은 뚫렸으니 남은 것은 2차 방어막 사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야말로 소설이기를 바랄 뿐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본인을 위한 방어막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방어막을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동필 디지털부장 kim.dongp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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