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창고 건물 화재로 최소 33명 사망
예술가 집단 거주 '유령선' 별명
밴드 콘서트 진행 도중 발생
20대 한인 여성도 실종 상태
CNN 방송 보도에 따르면 3일 오전 2시30분쯤(동부시간) 오클랜드의 한 창고 건물 2층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밴드 골든 도나의 '100% 실크 2016 웨스트코스트 투어' 콘서트가 진행되던 중에 화재가 발생해 4일 오후 8시 현재 최소 33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앨러메다카운티 셰리프국은 4일 "건물이 낡은데다 미로와 같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건물 전체에 대한 수색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색 작업이 30% 정도밖에 진척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 25명의 실종자가 신고돼 있어 사망자 수가 40명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카운티 셰리프국의 레이 켈리 경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화재로 2층 지붕이 완전히 내려앉아 구조 작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며 "추가 희생자 수색.발굴 작업에 이틀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희생자 연령대는 10대부터 30대에 걸쳐 있으며 희생자 중에는 미국 밖에서 온 사람도 있어 이들의 가족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종자 가운데는 20대 한인 여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본지 취재 결과 실종 한인은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조아라(미국이름 크리스티나.29.사진)씨로 셰리프국에 따르면 4일 오후 10시 현재 조씨는 여전히 실종 상태다.
조씨의 친구 블레이어 늅스 드바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비극적인 화재 발생 후 실종된 내 친구 아라를 애타게 찾고 있다"며 "오클랜드 인근에서 아라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연락 달라"고 당부했다.
LA 출생인 조씨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오클랜드에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전개해 왔다. 조씨 개인 웹사이트에 따르면 일러스트레이터.그래픽디자이너 등으로 활동하는 프리랜서 아티스트로 작품 활동을 지속했다. 또 비영리 예술문화 기관인 '록 페이퍼 시저스 컬렉티브'에서 자원봉사자 겸 갤러리 디렉터로 활동하며 여러 전시.공연을 기획하는 등 지역 커뮤니티 예술 활동 활성화에 힘써왔다.
5분여 차이로 사고를 피해간 한인도 있었다. '승 이(Seung Lee)'로 알려진 한인 프리랜서 기자는 화재 발생 30여분 전인 오전 2시쯤 친구들과 콘서트장에 도착했지만 술을 사기 위해 오전 2시15분쯤 건물 밖으로 나온 지 10분도 채 안돼 건물 1층 창문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을 발견 즉시 911에 신고했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방화 가능성은 낮으며 당국은 합선이나 담뱃불로 인한 화재 발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언론들은 오클랜드 시정부와 소방국을 인용해 이번 화재를 '예고된 참사'로 설명하고 있다.
생존자들에 따르면 100여 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있었지만 화재 시 1층으로 탈출할 수 있는 통로가 목재 계단 하나에 불과했고 고가구와 마네킹.양탄자.램프 등 인화물질이 널려 있었던 데다 나무조각과 엉킨 전선들이 길을 막아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은 '유령선(Ghost Ship)'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시 당국은 이 건물을 창고로 허가해 줬으나 건물주가 불법적으로 주거시설로 전용한 데다 불법 리모델링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물 1층에는 예술가 18명의 작업실과 주거공간이 있고 2층은 창고로 사용돼 왔으나 불법 개조에 따른 건축법 위반으로 올해에만 세 차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스프링클러와 화재 경보시설조차 갖추지 못했으며 생존자들에 따르면 콘서트 관람객 중 다수가 당시 담배를 피우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수.이조은 기자
park.kiso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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