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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0년대 음악에선 자유로움이 느껴져요"

제너레이션 2016 - 3부: 북적이는 '복고 음악 전문 바·클럽'

 









추억의 오락기도 한자리 차지
'풍요로운 시대'에 대한 추억
20~30대도 단골 고객 많아


내부의 모습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 하다. 벽면과 실내에는 20~30년 분위기의 그림과 장식물이 즐비하고, 그 당시의 유행 음악도 흘러나온다. 그리고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사람들…. 현란한 조명과 터질듯한 사운드의 최신음악은 찾아볼 수 없다. 80~90년대 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바와 클럽으로 몰리고 있다.

흘러간 음악에 열광

LA한인타운 윌셔 길의 라인 호텔에 있는 '브레이크룸86'. 호텔 한 쪽의 '비밀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이 클럽은 디스코 음악부터 현란한 미러볼과 아케이드 게임기까지 80년대의 느낌을 제대로 재현하고 있다. 복고적인 분위기를 찾아 브레이크룸86에 들렀다는 조너선 정(40)씨는 "한인타운에 있지만 20대 타인종들이 즐겨 찾는 클럽이다. 젊은 층이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았을 때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매우 이색적"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에는 90년대의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도 있다. 웨스턴 길에 있는 바 '블립시(Blipsy)'는 간판조차 달고 있지 않지만 주말마다 발 디딜 틈이 없이 꽉 차는 '핫 플레이스'다. 규모도 비교적 작고 실내장식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90년대 게임기가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고 90년대 팝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온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 이미 복고문화는 한인타운에도 깊숙히 파고 들었다.

할리우드에 있는 클럽 '더룸'에는 평일 저녁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더룸'에서 음악을 트는 DJ 시즈웨는 현재 가장 '핫한 음악'이 90년대 힙합과 R&B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온다고 전했다. 11년간 디제이로 활동했던 그는 "최근 90년대 음악의 유행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90년대 음악을 틀 때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앞의 전주 2초만 듣고도 모두 플로어로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오렌지카운티 풀러턴에 있는 '토털리 80s 바'는 주로 80년대 음악을 들려주는 곳이다. 이 업소의 랜디 코리오 매니저는 "매주 주말이면 300여 명 이상이 바를 찾는다. 근처에 비슷한 규모의 80년대 전문 클럽이 두 군데 더 있는데 그 곳들도 항상 만원"이라고 인기를 전했다. 이 업소의 고객인 에릭 그라호바는 "80년대는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웠던 시기다. 이 바는 그 시대를 제대로 재현해 놨다. 80년대 스타일이 다시 한 번 유행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최근 불고 있는 바와 클럽의 '복고 열풍'은 단지 과거를 추억하는 중장년층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더룸'에 90년대 음악을 즐기러 왔다는 마이클 챙(24)은 "90년대 음악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90년대는 절대 대체될 수 없는 아이콘과도 같은 시기"라며 더룸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80년대 음악을 전문적으로 트는 DJ 윌머는 "12년간 디제잉을 하면서 요즘처럼 20대 고객들을 많이 본 적이 없다. 80년대에 향수를 느끼는 40대 이상도 많지만 20대 초반의 친구들도 80년대 음악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80~90년대는 '자유시대'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이 지나간 20세기의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DJ 시즈웨는 "2010년대에 나오는 음악들도 90년대 음악에서 많은 요소를 차용하고 있다"며 "최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옛날 음악에도 친근함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90년대의 영향력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DJ 윌머 또한 "샘플링을 통해서 80년대 음악을 차용한 곡들이 많다"고 전했다.

80년대와 90년대는 문화 전반적으로 특별한 시기였기 때문에 영향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더룸을 찾은 마이클 랜스(25)는 "80년대와 90년대는 아이콘과 같은 시기다. 그 어느 때에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매튜 슈나이어 기자는 "80년대와 90년대는 자유로움이 있었다"며 "당시는 경제적 호황기였기 때문에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자유방임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이런 분위기가 다양한 분야에 녹아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유행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20세기

80년대와 90년대의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런 유행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DJ 윌머는 "80년대 음악의 외연이 점점 더 확장되고 있음을 느낀다. TV에도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이 방영되는 것을 보면 일시적인 유행은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DJ 시즈웨 또한 "90년대 문화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 당시에는 소셜미디어도 없었고 입소문이 가장 큰 매체였다. 따라서 아직 발견되지 않는 보석들이 많다"면서 "그래서 2010년을 사는 사람들이 당시의 문화를 재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쉽게 사그러들 유행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패션부터 음악까지 모든 복고 문화는 클럽과 바라는 공간을 만나서 취미가 아닌 '생활'로 승화됐다. 단지 멋으로 이런 유행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고 진정 그 시대를 동경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당시를 재현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20세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조원희 기자 cho.won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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