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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굶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을 곁에 두었어야 했다"

추방 앞둔 입양인
아담 크랩서 생모

"나는 영어를, 아들은 한국어를 못하지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그리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

기구한 삶으로 화제가 됐지만 결국 추방 판결을 받은 입양인 아담 크랩서(41·한국이름 신송혁) 생모의 사연이 16일 뉴욕타임스(NYT)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곧 한국으로 추방되는 크랩서를 기다리고 있는 생모 권필주(61)씨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아들이 그렇게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함께 굶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을 곁에 두었어야 했다.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토로했다.

경상북도 영주에 거주하고 있는 권씨는 40여 년 전 3살배기 아들 크랩서를 고아원에 보내며 아들과 생이별했다. 아들이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지난해 크랩서에 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다. 권씨는 "(입양 보낸) 아이를 항상 그리워했다. 특히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릴 땐 더 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들이 어디에선가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다스렸다"고 말했다.

1978년 미국으로 입양된 크랩서는 양부모들의 학대와 두 차례의 파양 등 기구한 삶을 겪었다. 또 양부모들의 간과로 40세에 이를 때까지고 시민권 취득 절차를 밟지 못했다. 홀로 자립하며 재기를 다짐했지만 젊은 시절 경범죄 전과가 드러나 추방 위기에 처했다. 지난 2월 크랩서는 A급 경범죄에 해당하는 '가족 위협' 혐의로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 워싱턴주에 있는 타코마 이민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달 25일 워싱턴주 이민법원은 크랩서에 대한 추방유예 요청을 수용하지 않고 결국 한국으로 추방 판결을 내렸다. <본지 10월 26일자 a-4면> 크랩서는 수주 내 한국으로 추방돼 생모 권씨와 함께 살게 될 예정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또 "크랩서 외 일부 입양인들이 양부모들의 간과로 시민권 절차를 밟지 못한 탓에 불체자가 되거나 전과로 인해 한국으로 추방됐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생모 권씨의 기구한 사연도 소개했다. 권씨는 어릴 적 받은 한의학 치료가 잘못돼 왼쪽 다리가 마비된 상태로 수십 년을 살아왔다.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남성에게 권씨를 맡겼다. 그로부터 약 1년 반 후 권씨는 한 목수를 만나 크랩서를 비롯한 자녀 셋을 두었다.

하지만 자녀들의 아버지인 목수는 권씨를 신체적으로 학대했고, 끝내 권씨와 자녀들을 버리고 도망갔다. 이후 권씨는 경제적 빈곤과 홀어머니라는 수치심에 크랩서를 비롯한 자녀들을 고아원에 보내며 재기를 다짐했다. 이후 결혼한 남성과 몇 년 전 사별하며 현재는 작은 집에 홀로 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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