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아래서] 농단에 세운 팻말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이런 절경은 아무래도 높은 자리에 올라서야 만납니다. 시내에서도 아름다운 야경을 한눈에 보려면 높이 올라야 합니다. 이렇게 시야가 탁 트여 아름다운 경관을 볼 수 있는 깎아 세운듯한 언덕을 농단(壟斷)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절경을 보는 것만은 아닌듯합니다. 맹자는 자신의 진언은 듣지 않으면서 떠나려 하자 붙잡으며 봉록과 집을 주려고 하는 제나라 왕에게 쓴소리를 남겼습니다. 자신을 마치 시정잡배처럼 돈과 이익을 따라 움직이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왕에게 세상에는 깎아지는 듯한 높은 언덕(龍斷)에 올라 시장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모든 이익을 독식하려는 싸구려 장사치들이 있고 이 때문에 세금이 생기게 되었다는 말을 남기고는 제나라를 떠난 것입니다. 이리되니 농단이란 말이 간교하게 자기 이익만을 챙기고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한다는 뜻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옛날이 아니라 요즘에도 한 나라의 정치를 자기 마음대로 주물러대면서 자기의 배만 채우려는 농단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세태에 자극을 받았는지 세상과 벗하지 말고 오히려 세상의 빛이 되어야 할 하나님의 교회를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세상처럼 주물러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하나님의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이들입니다. 천당을 미리 맡아놓았는지, 두려움도 거침도 없이 불의한 일을 합니다. 그야말로 스스로 시정잡배가 되려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원래 농단이야말로 모든 것을 살펴 널리 이익을 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모자란 곳이 보이니 채워주고 넘치는 곳은 덜어낼 수 있습니다. 다툼도 먼저 보고 말릴 수 있습니다. 아마도 농단이 말을 할 수 있다면 탐욕은 자기들이 부려놓고 왜 애꿎은 언덕을 욕하냐고 할 것입니다. 보아하니 앞으로도 농단은 분주할 것 같은데, 이들을 위해서 팻말을 만들어 세웠으면 합니다. 산에 올랐으면 절경을 즐기십시오. 아름다운 산을 위해 자기 쓰레기는 본인이 가지고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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